음주운전 도주 차량. / 사진=경남경찰청
음주운전 도주 차량. / 사진=경남경찰청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후 도주한 운전자가 "사고 이후 집에서 소주 1병을 더 마셨다"고 주장해 유족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가수 김호중이 음주운전 후 추가 음주로 경찰 음주 측정을 방해한 사례와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 밀양경찰서는 지난 14일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보행자를 사망하게 한 뒤 도주한 50대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지난 13일 오후 9시 16분께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의 편도 1차로를 주행하던 중 길을 건너던 60대 여성 B씨를 차로 치고 현장을 떠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 이후 길에 방치됐던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은 사고 발생 약 3시간 후 사고 지점으로부터 약 500m 떨어진 곳에서 A씨를 검거했다. 체포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다.

그러나 A씨는 사고 직후 집에서 추가 음주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JTBC에 따르면 A씨는 경찰에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사고를 낸 게 무섭고 두려워서 집에서 소주 1병을 더 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유족은 이에 "법의 허점을 이용해 유족을 2번 죽이는 행동"이라고 했다.

최근 가수 김호중이 음주운전 후 추가 음주로 경찰 음주 측정을 방해한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기 위한 모방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명 '술 타기' 또는 '김호중 수법'으로 불리는 이 수법은, 운전 후 술을 더 마셔 운전 중 음주 상태였는지 알 수 없게 만들게 한다.

명백한 법의 사각지대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처벌 규정을 마련하려는 국회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최근 박성훈·이종배 국민의힘, 민형배·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발의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