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들이나 쓰는 건 줄 알았는데"…이렇게 대놓고 판다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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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몰카' 규제 7년째 '지지부진'
'몰카 범죄' 악용 가능성 높은 특수 카메라
인터넷서 손쉽게 구매…"안경 모양 장비도"
'취급자 등록제' 도입 계획 밝힌 지 7년 째
"지난 국회서 '자동 폐기'…재발의 추진 중"
'몰카 범죄' 악용 가능성 높은 특수 카메라
인터넷서 손쉽게 구매…"안경 모양 장비도"
'취급자 등록제' 도입 계획 밝힌 지 7년 째
"지난 국회서 '자동 폐기'…재발의 추진 중"
한 국내 유명 음식점에서 근무하던 20대 남성 A씨가 직장 내 탈의실 등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직장 동료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지난달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심지어 모임 때 방문한 여성 직장 동료 집 화장실에도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그의 범행 피해자는 6명에 달한다.
일상에서 쓰는 생활용품과 흡사하게 보이거나, 초소형이라 곧바로 식별하기 어려운 특수 카메라 제품이 성범죄에 꾸준히 악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온라인에서 이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최소한의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몰카 범죄' 악용 가능성 높단 지적에도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카메라 등 이용한 불법 촬영' 발생 건수는 매년 6000건 안팎에 달한다. 2017년 6465건→2018년 5925건→2019년 5762건→2020년 5032건→2021년 6212건→2022년 6867건→2023년 6626건으로 팬데믹 때 주춤했다 다시 반등했다. 매년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 촬영 범죄가 이따금 문제로 거론되지만, 줄고 있지 않은 것이다.
특히 기술 발전에 따라 점차 소형화·위장화되는 카메라 제품이 일명 '몰카(몰라 카메라)'로 불리며 불법 촬영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여전히 관련 제품은 별다른 규제 없이 인터넷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가령 구글 쇼핑에선 대표적인 위장형 카메라로 꼽히는 보조 배터리 모양 카메라가 약 36만원에 판매 중이다. 해당 업체는 심지어 '적외선 촬영으로 어두운 곳에서도 완벽한 촬영 가능하다'는 홍보 문구도 적었다. 이밖에 실제 안경과 모습이 유사한 카메라 제품 역시 10만원 전후 가격대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불법 촬영을 목적으로 숨겨놓을 경우 바로 식별이 어려운 '초소형 카메라'도 활발히 판매 중이다. 백 원짜리와 크기가 비슷한 한 제품은 네이버쇼핑에서 1100건이 넘는 판매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유·무선 연결 없이 영상을 자동 저장하는 기능까지 지원한다.
이 같은 제품들은 보통 익스트림 스포츠나 가정 방범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크기와 기능 등을 고려하면 불법 촬영 등 성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단 지적이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 모텔 3곳의 객실 환풍구 및 컴퓨터에서 발견된 몰카 역시 이러한 초소형 제품이었다. 당시 구속된 30대 남성은 120여차례에 걸쳐 투숙객 236명의 나체와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카메라나 그 밖에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 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할 수 있는 신체를 대상자 의사에 반해 촬영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동법 제2항은 촬영한 영상을 반포해도 역시 같은 처벌을 받는다고 명시한다.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카메라가 점점 더 작고 정교해지면서 이를 활용한 불법 촬영 범죄 역시 교묘해지고 있다"며 "단속이 그만큼 어려워진 것은 물론, 이 같은 특수 카메라를 이용한 몰카 범죄자는 면식범인 경우가 많아 피해자의 충격도 훨씬 더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취급업자 등록제' 7년째 도입 '지지부진'
이에 따라 당국이 특수 카메라 판매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대안으론 '변형 카메라(몰래 카메라) 취급업자 등록제'가 꼽힌다. 초소형·위장형 카메라의 범위를 규정하고, 판매·대여자 및 제품을 정부망에 등록시켜 유통 이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앞선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몰래카메라 등)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해당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법안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디지털 성범죄' 공약에 해당 제도를 포함했지만 여전히 입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소관 부처 중 한 곳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지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정부 합동 부처와 함께 등록제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며 "이번 국회에서도 재발의를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해외 배송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국내 규제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최소한의 규제로써 등록제를 도입한 뒤 몰카 단속 강화는 물론 디지털 성범죄에 쓰이는 제품 유통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일상에서 쓰는 생활용품과 흡사하게 보이거나, 초소형이라 곧바로 식별하기 어려운 특수 카메라 제품이 성범죄에 꾸준히 악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온라인에서 이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최소한의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몰카 범죄' 악용 가능성 높단 지적에도
위장형·초소형 카메라 손쉽게 구매 가능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카메라 등 이용한 불법 촬영' 발생 건수는 매년 6000건 안팎에 달한다. 2017년 6465건→2018년 5925건→2019년 5762건→2020년 5032건→2021년 6212건→2022년 6867건→2023년 6626건으로 팬데믹 때 주춤했다 다시 반등했다. 매년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 촬영 범죄가 이따금 문제로 거론되지만, 줄고 있지 않은 것이다.특히 기술 발전에 따라 점차 소형화·위장화되는 카메라 제품이 일명 '몰카(몰라 카메라)'로 불리며 불법 촬영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여전히 관련 제품은 별다른 규제 없이 인터넷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가령 구글 쇼핑에선 대표적인 위장형 카메라로 꼽히는 보조 배터리 모양 카메라가 약 36만원에 판매 중이다. 해당 업체는 심지어 '적외선 촬영으로 어두운 곳에서도 완벽한 촬영 가능하다'는 홍보 문구도 적었다. 이밖에 실제 안경과 모습이 유사한 카메라 제품 역시 10만원 전후 가격대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불법 촬영을 목적으로 숨겨놓을 경우 바로 식별이 어려운 '초소형 카메라'도 활발히 판매 중이다. 백 원짜리와 크기가 비슷한 한 제품은 네이버쇼핑에서 1100건이 넘는 판매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유·무선 연결 없이 영상을 자동 저장하는 기능까지 지원한다.
이 같은 제품들은 보통 익스트림 스포츠나 가정 방범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크기와 기능 등을 고려하면 불법 촬영 등 성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단 지적이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 모텔 3곳의 객실 환풍구 및 컴퓨터에서 발견된 몰카 역시 이러한 초소형 제품이었다. 당시 구속된 30대 남성은 120여차례에 걸쳐 투숙객 236명의 나체와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카메라나 그 밖에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 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할 수 있는 신체를 대상자 의사에 반해 촬영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동법 제2항은 촬영한 영상을 반포해도 역시 같은 처벌을 받는다고 명시한다.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카메라가 점점 더 작고 정교해지면서 이를 활용한 불법 촬영 범죄 역시 교묘해지고 있다"며 "단속이 그만큼 어려워진 것은 물론, 이 같은 특수 카메라를 이용한 몰카 범죄자는 면식범인 경우가 많아 피해자의 충격도 훨씬 더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취급업자 등록제' 7년째 도입 '지지부진'
"입법과 함께 '국제 공조' 노력도 필요해"
이에 따라 당국이 특수 카메라 판매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대안으론 '변형 카메라(몰래 카메라) 취급업자 등록제'가 꼽힌다. 초소형·위장형 카메라의 범위를 규정하고, 판매·대여자 및 제품을 정부망에 등록시켜 유통 이력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앞선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몰래카메라 등)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해당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법안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디지털 성범죄' 공약에 해당 제도를 포함했지만 여전히 입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소관 부처 중 한 곳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지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정부 합동 부처와 함께 등록제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며 "이번 국회에서도 재발의를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해외 배송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국내 규제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최소한의 규제로써 등록제를 도입한 뒤 몰카 단속 강화는 물론 디지털 성범죄에 쓰이는 제품 유통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