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다다랐는데…7조7500억원 들인 기술로 석유 쏟아진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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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워터 호라이즌 재앙' 이겨내나
초고압 시추 기술로
수십억 배럴의 석유·가스 추가 생산 전망
초고압 시추 기술로
수십억 배럴의 석유·가스 추가 생산 전망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그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뒀던 심해저 초고압·고온 유전이 개발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 에너지 대기업이 관련 기술을 활용하는 데 성공하면서다. 해당 기술을 통해 전 세계 수십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추가 생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셰브런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멕시코만의 6마일(약 9.6㎞) 깊이 유전에서 석유 생산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술적 돌파구를 바탕으로 석유·가스를 추출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셰브런이 약 57억 달러를 들인 앵커 심해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기술은 멕시코만에서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브라질, 나이지리아, 나미비아 등 다른 글로벌 심해 유전 사이트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셰브런은 멕시코만 심해에서 부유식 생산기지 앵커를 운영하고 있다. 깊이는 10㎞에 가까워 초고압 초고온 상태인 유전이다. 이곳의 수온은 121도를 웃돈다. 이를 위해 셰브런은 기존에 사용되는 시추 장비보다 약 3분의 1 더 높은 초고압에서 작동하고 고온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장비를 사용했다. 이 장비는 2만 psi(평방 인치당 파운드)의 초고압에서 작동할 수 있는 20K 기술로 작동한다. 2만 psi 압력은 650대의 중형 불도저가 가하는 힘과 동일한 초고압이다. 일반적인 시추 현장에서는 이 정도의 압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초고압 환경에서 시추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셰브런의 기술은 매우 진보된 신기술이라는 평가다.
브루스 니마이어 셰브런 아메리카 탐사 및 생산 책임자는 "20K 기술이 성공적으로 구현됐으며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았다"며 "우리는 심해 초고압 시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셰브런이 멕시코만에서 임대 운영 중인 유전은 앵커를 포함해 390여 곳에 이른다. 셰브론은 멕시코만 생산량이 2026년까지 현재보다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다른 유전 운영자들이 새로운 20K 기술을 도입하면 현재 미국 원유 생산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멕시코만의 석유 생산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멕시코만 석유 생산량은 2019년 하루평균 약 200만 배럴로 정점을 찍은 뒤 시들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존 시추 기술력으로 접근 가능한 영역이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돌파구를 통해 멕시코만 석유 생산량이 다시 늘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재 멕시코만에는 BP의 카스키다, 셸의 스파르타, 비콘 에너지의 셰넌도아 등 또 다른 대형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도 향후 몇 년 내에 유사한 20K 기술이 도입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는 "2027년까지 멕시코만 하루평균 석유 생산량이 270만 배럴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0K 기술이 멕시코만에서 이전에 회수할 수 없었던 총 20억 배럴 이상의 석유를 추가로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해당 기술의 성패가 도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K 기술을 통해 앵커에서 석유·가스를 추출하기 시작했지만, 추후 계속 안정적으로 운영될 지 여부 등은 미지수라는 점에서다. 한 전문가는 "이 기술이 성공하면 멕시코만의 석유 생산 수명이 연장될 수 있으며, 실패할 경우 이 지역의 생산 감소가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해 시추 기술을 구현하는 데 가장 큰 난관은 안전이다. 멕시코만 인근에서 BP가 운영하던 딥워터 호라이즌 사이트에서 2010년 발생한 유정 폭발 사고는 심해 시추 기술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사고로 11명의 현장 근로자가 사망하고 지금까지 65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환경 피해가 발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미국 셰브런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멕시코만의 6마일(약 9.6㎞) 깊이 유전에서 석유 생산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술적 돌파구를 바탕으로 석유·가스를 추출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셰브런이 약 57억 달러를 들인 앵커 심해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기술은 멕시코만에서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브라질, 나이지리아, 나미비아 등 다른 글로벌 심해 유전 사이트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셰브런은 멕시코만 심해에서 부유식 생산기지 앵커를 운영하고 있다. 깊이는 10㎞에 가까워 초고압 초고온 상태인 유전이다. 이곳의 수온은 121도를 웃돈다. 이를 위해 셰브런은 기존에 사용되는 시추 장비보다 약 3분의 1 더 높은 초고압에서 작동하고 고온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장비를 사용했다. 이 장비는 2만 psi(평방 인치당 파운드)의 초고압에서 작동할 수 있는 20K 기술로 작동한다. 2만 psi 압력은 650대의 중형 불도저가 가하는 힘과 동일한 초고압이다. 일반적인 시추 현장에서는 이 정도의 압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초고압 환경에서 시추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셰브런의 기술은 매우 진보된 신기술이라는 평가다.
브루스 니마이어 셰브런 아메리카 탐사 및 생산 책임자는 "20K 기술이 성공적으로 구현됐으며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았다"며 "우리는 심해 초고압 시추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셰브런이 멕시코만에서 임대 운영 중인 유전은 앵커를 포함해 390여 곳에 이른다. 셰브론은 멕시코만 생산량이 2026년까지 현재보다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다른 유전 운영자들이 새로운 20K 기술을 도입하면 현재 미국 원유 생산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멕시코만의 석유 생산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멕시코만 석유 생산량은 2019년 하루평균 약 200만 배럴로 정점을 찍은 뒤 시들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존 시추 기술력으로 접근 가능한 영역이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돌파구를 통해 멕시코만 석유 생산량이 다시 늘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재 멕시코만에는 BP의 카스키다, 셸의 스파르타, 비콘 에너지의 셰넌도아 등 또 다른 대형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도 향후 몇 년 내에 유사한 20K 기술이 도입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는 "2027년까지 멕시코만 하루평균 석유 생산량이 270만 배럴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0K 기술이 멕시코만에서 이전에 회수할 수 없었던 총 20억 배럴 이상의 석유를 추가로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해당 기술의 성패가 도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K 기술을 통해 앵커에서 석유·가스를 추출하기 시작했지만, 추후 계속 안정적으로 운영될 지 여부 등은 미지수라는 점에서다. 한 전문가는 "이 기술이 성공하면 멕시코만의 석유 생산 수명이 연장될 수 있으며, 실패할 경우 이 지역의 생산 감소가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해 시추 기술을 구현하는 데 가장 큰 난관은 안전이다. 멕시코만 인근에서 BP가 운영하던 딥워터 호라이즌 사이트에서 2010년 발생한 유정 폭발 사고는 심해 시추 기술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사고로 11명의 현장 근로자가 사망하고 지금까지 65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환경 피해가 발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