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야 네가 아무리 더워봐라, 내가 바캉스가나, 집에서 클래식TV 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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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은아의 머글과 덕후 사이
숨막히는 더위.. 집에서 즐기는 홈 콘서트
숨막히는 더위.. 집에서 즐기는 홈 콘서트
무더운 날씨가 관객도 연주자도 힘들게 하는 요즘이다. 습도를 아무리 잘 조절하더라도 공연장은 평소보다 습할 수밖에 없는지 습기로 인해 시야가 뿌옇기까지 하다. 연주자는 물론 악기의 컨디션, 소리의 전달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테다. 관객 입장에서도 여간 괴롭지 않다. 연주회장으로 오는 내내 비 오듯 흘린 땀으로 주변 사람에게 불쾌함을 자아내지 않을까 신경 쓰이고, 연주의 감동도 귀갓길에 무더위 속 아이스크림 녹듯 흘러가 버린다.
덕후에겐 그 어떤 기쁨보다 실제 연주회에서의 생생한 소리를 듣는 것이 큰 기쁨이지만, 삼복 더위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야구도 초고화질 TV 중계로 보고, 각종 전시회도 앱으로 즐기는 시대 아니던가. 여러모로, 집에서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다. 더위를 피해 “방구석 1열"에서 쾌적하게 즐겼던 생녹방(!) 공연 두 가지를 소개한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더 라스트 댄스" - 한경arteTV
실내악을 아끼는 클덕이라면 누구나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의 은퇴 소식에 탄식했을 것이다. 최고의 연주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왕성한 레퍼토리의 음반 작업으로 현악 4중주, 나아가 실내악 전체의 커다란 자양분을 만들었고 수많은 명반을 남긴 연주단체다. 재작년, 47년간 함께 해온 음악 여정에 이제는 마침표를 찍고 후학 양성의 길을 걷겠다고 발표했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의 이름으로 함께 하는 마지막 월드 투어로 한국을 찾았었다. 일정상 참석하지 못해 꽤 오랫동안 아쉬워했던 연주회였는데 우연히 한경arteTV에서 실황 연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마치 연주회장에 온 듯 각 잡고 들었..다면 거짓말이고 가끔(자주) 눕기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자유롭게 감상했다. 집에서 보는 연주회가 이렇게 편한 것이었다니.. 게다가 클로즈업으로 비춰주는 연주자들의 표정, 손가락과 몸의 움직임 등은 실황 연주회에선 볼 수 없는 귀한 장면들인 만큼 보는 재미가 배가됐다.
나 홀로 집에서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의 마지막 내한 연주회에 뒤늦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앞으로 이들 같은 현악 4중주단을 만나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조금은 울적해지지만, 마지막 앵콜 곡으로 연주할 바흐의 코랄 악보를 한참 뒤적뒤적 찾으며 웃던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이내 웃게 된다.
▶▶▶[관련 링크] 한경arteTV 유튜브
▶▶▶[관련 링크] 한경arteTV 프로그램-더 마스터피스 ‘24 베르비에 페스티벌 임윤찬 리사이틀 - mediciTV
이맘때의 베르비에는 확실히 선선하다..! 왜 아냐면 작년에 베르비에에 갔었기 때문이다. 덕후는 계를 못 탄다(...)라는 오래된 믿음을 증명하듯 작년 베르비에 페스티벌과는 달리 올해는 임윤찬, 김봄소리 등 한국 연주자들이 맹활약했다… 아쉬운 마음은 놀랍게도 mediciTV가 더할 나위 없이 달래주었다. 임윤찬의 리사이틀을 생중계로, 게다가 고화질로 중계해준 것이다.
현지에서는 오전에 연주했다고 하는데 시차로 인해 한국에서는 토요일 늦은 오후에서 저녁이 넘어가는 즈음 이 생중계를 발견했고 정말로 베르비에를 안방으로 소환한 듯한 짜릿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멘델스존, 차이코프키의 사계에 이어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 이어지는데 장장 1시간 50분 동안 몰입해서 감상했다. 많은 이들이 찬양하는 그의 절묘한 루바토와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여과 없이 전달되었다. 심지어 건반 위로 또르르 떨어지는 땀방울까지 볼 수 있다니..현장에 가서 보는 것보다 낫잖아..?! (...) 인터미션 동안 해설자로 나선 파리 오케스트라의 오케스트라 디렉터도 찬양 일색의 후기를 전함과 동시에 임윤찬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2번 실황까지 짤막하게나마 덤으로 들려주는 아름다운 나눔의 정도 선보였다.
후반부에 이어진 전람회의 그림에서 임윤찬은 거침없는 터치로 파격적인 셈여림을 만들며 피아노의 타악기적 특성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고 흡인력이 대단해 마치 한 편의 느와르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방구석 1열에서 이렇게 훌륭한 퀄리티의 실황을 엿볼 수 있다니.. mediciTV 관계자 여러분께 음악의 신의 가호가 있기를..
(해당 연주는 지금도 mediciTV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홈 콘서트를 즐기기 위해 갖추면 좋 장비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로 크롬캐스트 등의 미러링 기기, 혹은 미러링을 지원하는 셋톱박스다. 모바일 화면보다는 TV화면으로 보는 것이 훨씬 쾌적하기에 필요한 장비다. 물론 유튜브 앱 등이 내장된 TV를 보유하고 있다면 미러링 기기는 불요하다. 두 번째는 클래식 음악의 음역대를 고루 담을 수 있는 사운드바 혹은 스피커다. 예능, 드라마 등의 TV프로그램을 위한 소리 출력과 클래식 음악을 위한 소리 출력은 특색이 다르기에, 사운드 모드를 변경할 수 있으면 좋다.
혹시 덕후라면 평소 좋아하는 소리의 컬러로 맞춰졌거나 클래식 음악에 최적화된 사운드바를 갖추면 삼복더위 혹은 곧 닥칠(!) 무서운 추위를 피해 홈 콘서트를 즐기기에 큰 무리가 없다. 마지막으로는 고해상도 오디오 케이블이다. 고해상도 무손실 음원 등을 최대한 출력하기 위함이다. 물론, 그보다 제일 좋은 것은 좋은 날씨에 콘서트장에 가서 직접 연주를 듣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은아 칼럼니스트
덕후에겐 그 어떤 기쁨보다 실제 연주회에서의 생생한 소리를 듣는 것이 큰 기쁨이지만, 삼복 더위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야구도 초고화질 TV 중계로 보고, 각종 전시회도 앱으로 즐기는 시대 아니던가. 여러모로, 집에서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다. 더위를 피해 “방구석 1열"에서 쾌적하게 즐겼던 생녹방(!) 공연 두 가지를 소개한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더 라스트 댄스" - 한경arteTV
실내악을 아끼는 클덕이라면 누구나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의 은퇴 소식에 탄식했을 것이다. 최고의 연주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왕성한 레퍼토리의 음반 작업으로 현악 4중주, 나아가 실내악 전체의 커다란 자양분을 만들었고 수많은 명반을 남긴 연주단체다. 재작년, 47년간 함께 해온 음악 여정에 이제는 마침표를 찍고 후학 양성의 길을 걷겠다고 발표했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의 이름으로 함께 하는 마지막 월드 투어로 한국을 찾았었다. 일정상 참석하지 못해 꽤 오랫동안 아쉬워했던 연주회였는데 우연히 한경arteTV에서 실황 연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마치 연주회장에 온 듯 각 잡고 들었..다면 거짓말이고 가끔(자주) 눕기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자유롭게 감상했다. 집에서 보는 연주회가 이렇게 편한 것이었다니.. 게다가 클로즈업으로 비춰주는 연주자들의 표정, 손가락과 몸의 움직임 등은 실황 연주회에선 볼 수 없는 귀한 장면들인 만큼 보는 재미가 배가됐다.
나 홀로 집에서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의 마지막 내한 연주회에 뒤늦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앞으로 이들 같은 현악 4중주단을 만나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조금은 울적해지지만, 마지막 앵콜 곡으로 연주할 바흐의 코랄 악보를 한참 뒤적뒤적 찾으며 웃던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이내 웃게 된다.
▶▶▶[관련 링크] 한경arteTV 유튜브
▶▶▶[관련 링크] 한경arteTV 프로그램-더 마스터피스 ‘24 베르비에 페스티벌 임윤찬 리사이틀 - mediciTV
이맘때의 베르비에는 확실히 선선하다..! 왜 아냐면 작년에 베르비에에 갔었기 때문이다. 덕후는 계를 못 탄다(...)라는 오래된 믿음을 증명하듯 작년 베르비에 페스티벌과는 달리 올해는 임윤찬, 김봄소리 등 한국 연주자들이 맹활약했다… 아쉬운 마음은 놀랍게도 mediciTV가 더할 나위 없이 달래주었다. 임윤찬의 리사이틀을 생중계로, 게다가 고화질로 중계해준 것이다.
현지에서는 오전에 연주했다고 하는데 시차로 인해 한국에서는 토요일 늦은 오후에서 저녁이 넘어가는 즈음 이 생중계를 발견했고 정말로 베르비에를 안방으로 소환한 듯한 짜릿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멘델스존, 차이코프키의 사계에 이어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 이어지는데 장장 1시간 50분 동안 몰입해서 감상했다. 많은 이들이 찬양하는 그의 절묘한 루바토와 드라마틱한 표현력이 여과 없이 전달되었다. 심지어 건반 위로 또르르 떨어지는 땀방울까지 볼 수 있다니..현장에 가서 보는 것보다 낫잖아..?! (...) 인터미션 동안 해설자로 나선 파리 오케스트라의 오케스트라 디렉터도 찬양 일색의 후기를 전함과 동시에 임윤찬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2번 실황까지 짤막하게나마 덤으로 들려주는 아름다운 나눔의 정도 선보였다.
후반부에 이어진 전람회의 그림에서 임윤찬은 거침없는 터치로 파격적인 셈여림을 만들며 피아노의 타악기적 특성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고 흡인력이 대단해 마치 한 편의 느와르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방구석 1열에서 이렇게 훌륭한 퀄리티의 실황을 엿볼 수 있다니.. mediciTV 관계자 여러분께 음악의 신의 가호가 있기를..
(해당 연주는 지금도 mediciTV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홈 콘서트를 즐기기 위해 갖추면 좋 장비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로 크롬캐스트 등의 미러링 기기, 혹은 미러링을 지원하는 셋톱박스다. 모바일 화면보다는 TV화면으로 보는 것이 훨씬 쾌적하기에 필요한 장비다. 물론 유튜브 앱 등이 내장된 TV를 보유하고 있다면 미러링 기기는 불요하다. 두 번째는 클래식 음악의 음역대를 고루 담을 수 있는 사운드바 혹은 스피커다. 예능, 드라마 등의 TV프로그램을 위한 소리 출력과 클래식 음악을 위한 소리 출력은 특색이 다르기에, 사운드 모드를 변경할 수 있으면 좋다.
혹시 덕후라면 평소 좋아하는 소리의 컬러로 맞춰졌거나 클래식 음악에 최적화된 사운드바를 갖추면 삼복더위 혹은 곧 닥칠(!) 무서운 추위를 피해 홈 콘서트를 즐기기에 큰 무리가 없다. 마지막으로는 고해상도 오디오 케이블이다. 고해상도 무손실 음원 등을 최대한 출력하기 위함이다. 물론, 그보다 제일 좋은 것은 좋은 날씨에 콘서트장에 가서 직접 연주를 듣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은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