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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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 역사상 가장 긴 열대야가 이어지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국내 증시 대표 '폭염 수혜주(株)'인 빙그레 주가 흐름이 부진하다.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다. 증권가에선 판관비 증가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빙그레 주가는 전날 하루에만 11.59% 급락해 6만원대(6만9400원)에서 마감했다. 7만2400원에 개장한 주가는 장중 6만81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큰손' 투자자인 기관이 홀로 109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은 7733억원에서 6837억원으로 896억원 증발했다.

상반기 분위기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른 더위가 찾아오며 연초부터 상반기 말까지 빙그레는 78.24% 급등했다. 지난 6월11일엔 장중 11만84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0월20일 기록한 최저가 4만8750원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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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자 오히려 빙그레 주가가 힘을 잃었다. 서울은 지난달 21일 이후 26일 연속 열대야를 겪었다.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날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셈이다.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래 최장기간 열대야다. 주말에도 하루 최저 기온이 27도로 예상돼 이 기록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빙그레 주주들은 종목 토론방에 모여 성토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100년 만의 폭염이 찾아왔는데, 주가는 왜 이러냐", "다른 회사보다 영업이익 규모가 큰데 주가 낙폭은 더 커서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연결 기준 빙그레의 2분기 영업이익은 4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시장 기대치 518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매출액은 4075억원으로 다소 늘었지만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4123억원을 소폭 밑돌았다.
사진=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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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빙과 판매량은 늘었지만, 마케팅 강화로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부터 낮 최고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등 더위가 빨리 시작됐고, 6월부턴 한여름 같은 더위가 찾아와 '뽕따', '더위사냥' 등 빙과 판매가 늘었다"며 "다만 광고선전비, 판매수수료 등 판관비가 증가하며 실적이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는 출시 50주년을 맞은 바나나맛우유, 투게더의 광고·마케팅을 늘려 판관비가 늘었다고 밝혔다. 2분기 빙그레의 판관비는 약 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억원가량 증가했다. 지난 4월 빙그레는 서울 성수역 카페거리 인근에서 '투게더 50주년'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지난달엔 바나나맛우유 제품을 달항아리로 형상화해 전시하는 등 마케팅활동을 펼쳤다.

실적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2분기만 봤을 때, 판관비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맞다"라면서도 "상반기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영업이익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6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늘었다.

그러면서 "통상 2분기에 마케팅 비용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는 마케팅에 더 힘쓴 만큼 3분기 실적이 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빙그레의 영업이익은 3분기에 가장 높다. 주요 제품인 빙과류가 3분기 가장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연간 매출액에서도 냉동 상품이 냉장 상품에 비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전문가들은 빙그레가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있어 투자 매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수기 실적 공백에 따른 차익실현 물량, 아이스크림 수출 데이터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면서도 "12개월 선행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7배에 불과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증권사는 빙그레의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제시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