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 용산구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당시 품귀현상을 빚었던 농심 먹태깡을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서울 용산구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당시 품귀현상을 빚었던 농심 먹태깡을 구매하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난리가 났죠. 전국을 돌아도 찾기 어려웠는데…이젠 쉽게 구할 수 있더라고요.”

자칭 ‘트렌드세터’라는 직장인 이모 씨(27)가 “한때 웃돈이 붙어서 팔리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핫 아이템들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농심 ‘먹태깡’을 구하기 위해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순회하는가 하면, 그에 앞서 SPC삼립의 포켓몬빵이 대유행했을 때도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겨우 구했다고 하는데요. 요즘엔 이들 음식이 전만큼의 인기를 끌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NS 입소문을 타고 ‘품귀현상’을 일으킨 간식거리들의 인기가 급감했습니다. 탕후루의 인기가 한창 높아졌을 때 비해 최근 폐업수순을 밟는 가게들이 많아진 것과 비슷한 흐름입니다. 주로 젊은 층의 구매력이 높은데 워낙 이들 세대가 추구하는 유행과 소비 패턴이 빠르게 바뀐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고자 구매욕을 끌어올릴 상품군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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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지난해 6월 말 출시한 먹태깡은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이 3000만개에 달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는 농심 스낵 부문 판매량 3위인 꿀꽈배기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앞서 농심은 먹태깡 출시 초기 주당 30만개를 생산했는데 치솟은 인기에 주당 60만개로 생산량을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1월에는 비슷한 상품군인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을 출시했고, 이 제품 역시 판매량 2위에 올라서며 브랜드 매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먹태깡은 출시 초창기 대비 SNS 언급량이 감소하며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알에스엔(RSN)에 따르면 온라인상에 올라온 먹태깡의 현재 정보량은 새우깡의 절반 이하 수준입니다. 출시 초기였던 지난해 8월 먹태깡 정보량은 2만건에 달했는데 올해 5월 들어 4500건으로 줄며 4배 이상 급감했습니다. 새우깡 정보량이 같은 기간 1만3000건에서 1만건으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훨씬 그 폭이 큽니다.
농심 먹태깡큰사발면,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 연출 사진. 사진=농심
농심 먹태깡큰사발면,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 연출 사진. 사진=농심
독특한 콘셉트와 맛으로 출시 초기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끈 것과 확 달라진 상황. 농심 측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이는 모든 신제품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형성하는 데 있어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먹태깡 마니아층이 형성돼 꾸준한 판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먹태깡은 지금까지도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고 짚었습니다.

농심에서는 새로운 소비자층 끌어모으기 위해 신제품 등 출시하고 나섰는데요. 그 예시로 지난해 10월 처음 출시한 베이커리 스낵 ‘빵부장’ 브랜드가 있습니다. 빵부장 시리즈는 베이커리의 부드러운 식감과 고급스러운 맛을 스낵으로 구현한 제품이라는 게 농심 측 설명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유명 빵 메뉴를 스낵으로 간편하게 즐긴다는 ‘베이커리 스낵’ 콘셉트와 가상의 스낵 연구원 ‘빵부장’ 캐릭터 마케팅이 인기를 끌었다”며 “그 결과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약 8개월 만에 누적 1500만봉 판매를 돌파했다”고 전했습니다.

회사가 이처럼 스낵 부문과 트렌드의 결합에 주력하는 데에는 실적 견인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먹태깡 신드롬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이 연결기준 전년 대비 9% 늘어난 3조410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기간 국내 사업 부문에서 신제품 출시 효과가 컸다는 설명입니다. 먹태깡이 소비자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전년 대비 국내 사업 매출증가분의 절반가량은 신제품 매출이었다고 회사는 짚었습니다.

농심은 새로운 맛과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 공략을 위해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신제품 출시와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이어갈 계획. 지난 6월에는 서울 성수동에서 새우깡 브랜드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새우깡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농심 관계자는 “대표 감자칩 브랜드 포테토칩과 인기 맛집의 협업 제품을 시리즈로 선보이는 등 소비자에게 새로운 맛과 재미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2년 SPC삼립 포켓몬빵 출시 당시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앞에 긴 대기줄이 형성된 모습. 사진=김범준 기자
2022년 SPC삼립 포켓몬빵 출시 당시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앞에 긴 대기줄이 형성된 모습. 사진=김범준 기자
비슷한 사례로 2022년 2월 출시된 SPC삼립의 ‘포켓몬빵’이 있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어마어마한 인파의 오픈런 대란을 불러일으킨 포켓몬빵은 같은 해 말 누적 판매량 1억개 돌파 이후 사업부가 판매량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SPC삼립 관계자는 “현재 제품을 선보인 지 2년이 지난 상황에서 초반에 품귀현상을 일으켰을 때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많은 고객이 포켓몬빵을 찾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삼립에서는 현재 새로운 소비자층 확보를 위해 올해 상반기 포켓몬대빵, 포켓몬빵 픽셀아트 버전 등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지난 14일 삼립은 인기 웹툰,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와 협업한 빵을 선보이는 ‘까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포스트 포켓몬빵’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첫번째 대상은 10~30대까지 젊은 층 구독자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빵빵이의 일상’과 협업한 신제품과 띠부씰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삼립은 올해 상반기 크림빵 60주년을 맞아 한정판 크림대빵 출시하고 크림빵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며 젊은 층과의 접점을 늘려간 바 있습니다. 특히 삼립은 앞으로 인기를 끄는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선정,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MZ 고객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받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