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등 삼성 금융계열사(삼성금융네트웍스)의 합산 순이익이 국내 1위 금융지주사인 KB금융지주를 넘어섰다. 삼성 전 금융계열사가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며 생명보험·손해보험·카드·증권업계의 주도권을 틀어쥔 결과다. ‘은행 없는’ 삼성금융이 국내 금융산업 판도를 뒤흔드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금융, 상반기 3조원 벌었다

은행 없이도 3조원 벌었다…'금융그룹 왕좌' 지킨 삼성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금융네트웍스 4개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순이익(별도 기준)은 3조2009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자산운용 등 자회사 실적을 제외하고 4개사의 순이익만 계산한 수치다.

삼성금융 4개사의 실적은 5대 금융지주를 모두 앞섰다. 11개 계열사를 둔 KB금융(2조7815억원)과의 순익 격차는 5000억원에 달했다. 우리금융(1조7554억원), NH농협금융(1조7538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까운 순익을 거뒀다. 5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상반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11조원을 넘어설 만큼 은행들이 역대급 이익을 냈지만, 비은행을 앞세운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이를 뛰어넘는 폭발적인 성장을 한 덕이다.

삼성금융은 지난 1분기 금융지주 순이익 1위를 기록한 신한금융을 제친 뒤 상반기에도 ‘1위 금융그룹’ 왕좌를 지켰다. 금융권은 삼성금융 전 계열사가 고르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4개사 모두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

○비은행권 장악한 삼성금융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보험 형제’는 각각 생보·손보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삼성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연결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40.5% 증가한 1조3685억원이었다. 보험사의 핵심 수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은 작년 말 12조2000억원에서 올 6월 말 12조7000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CSM을 늘리는 데 유리한 건강보험 비중은 작년 상반기 30.8%에서 올 상반기 54.3%로 높아졌다. 최근 생보사들은 종신보험 대신 건강보험 판매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생명이 가장 먼저 포트폴리오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생명은 지난 1분기 삼성화재에 ‘순이익 1위 보험사’ 타이틀을 넘겨줬지만, 3개월 만에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삼성화재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1조3124억원이었다.

삼성카드와 삼성증권도 각 업권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카드는 특유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0.99%로 3개월 전보다 0.08%포인트 낮아졌다. 상반기 순이익은 36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8% 증가했다. 10여 년간 카드업계 1위 자리를 지킨 신한카드(3793억원)와의 순이익 격차를 165억원까지 좁혔다.

삼성증권도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상반기 순이익 2위 증권사에 올랐다. 삼성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4% 늘어난 5110억원이었다. 삼성증권은 초고액자산가 서비스 ‘SNI’를 앞세워 자산관리(WM) 대표 증권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자산 30억원 이상 고객 4000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은행 없는’ 삼성금융이 약진하면서 다른 금융지주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5대 금융지주사가 모두 은행에 치중된 수익 구조에서 탈피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며 “보험사 또는 증권사 인수합병(M&A) 작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