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 등 미국 빅테크가 잇달아 신제품 및 신규 서비스 출시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있다. 연이은 빅테크의 ‘한국 패싱’에 첨단기술에서 한국 소비자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韓시장 피하는 구글·애플 "라이벌 너무 많아"
구글은 15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오버뷰(개요)’를 영국 일본 멕시코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서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AI 오버뷰는 구글 웹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일반적인 검색 결과 대신 최상단에 생성형 AI ‘제미나이’가 요약한 내용을 우선으로 노출해주는 기능이다. 구글은 지난 5월 연례 개발자 회의 ‘I/O 2024’를 계기로 미국에서 이 서비스를 먼저 공개했다. 미국을 포함한 7개 국가에서 AI 오버뷰는 해당 국가 언어를 지원한다.

한국은 이번에도 출시 국가에서 제외됐다. 구글은 지난 13일 공개한 신형 스마트폰 ‘픽셀9’도 한국에 출시하지 않았다. 한국을 건너뛴 건 2016년 픽셀폰을 처음 출시한 이후 8년째다. 전 세계 38개국에서 픽셀폰, 스마트홈 기기 ‘네스트’ 등 구글의 주요 하드웨어 기기를 판매하는 ‘구글 스토어’도 한국 진출 계획이 없다. 가족 단위로 할인된 가격에 유튜브 유료 멤버십을 이용할 수 있는 가족 요금제도 한국은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

다른 빅테크들도 마찬가지다. 14일 애플은 오는 4분기 선보일 예정인 새 운영체제(OS) iOS 18.1부터 타사 앱의 근접무선통신(NFC) 비접촉식 결제를 허용한다고 발표했지만 대상 국가를 미국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브라질 등으로 한정했다. 분실한 단말기를 찾을 때 이용하는 ‘나의 찾기’ 기능도 한국에선 비활성화했다. 애플은 앞서 10개국에 출시한 혼합현실(MR) 체험 기기 ‘비전 프로’도 한국에서는 판매하지 않았다. 메타 역시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메타’ 출시 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들 업체는 공식적으로 “한국 시장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삼성전자(스마트폰), 네이버(검색), 카카오(메신저) 같은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 특유의 강력한 규제가 선출시의 부담 요인이란 지적도 있다.

시장 규모도 원인으로 꼽힌다. 인구 1억 명 미만의 작은 시장인데다 유럽연합(EU)처럼 주변국과 단일 블록을 형성하고 있지도 않다. 특히 언어 학습이 필수적인 AI는 해당 언어 화자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한국어로 서비스를 개발해도 한국 시장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점이 국내 진출의 장벽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이승우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