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한 달 앞두고 배추 등 채소 가격이 치솟고 있다. 연일 지속되는 폭염 등 이상 기후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배추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10월 이후 시작되는 김장철 물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배추 한포기 6000원 넘었다…역대급 폭염에 채소값 '들썩'
16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배추 도매가격은 ㎏당 1433원으로 1주일 만에 6.64%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56.17%, 전년 동월 대비로는 61.56% 높은 수준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에서는 배추 한 포기(상품) 전국 평균 소매가격이 13일 6000원을 기록한 데 이어 다음날엔 6159원까지 치솟았다. 배추 한 포기 소매가가 6000원을 넘어선 건 김장철인 작년 10월 19일 후 처음이다.

배추값이 오르고 있는 건 여름 내내 잦은 비와 고온 현상 등으로 생육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고랭지를 중심으로 재배하는 여름배추 생산량이 전년 대비 7.2% 줄어든 34만t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재배면적은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6.2%, 5.9% 줄었다.

배추 출하량은 8월에 전년 대비 5.4%, 9월엔 1.8% 감소해 8, 9월 도매가격도 전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양상추(31.62%)와 파프리카(23.56%), 풋고추(18.48%), 얼갈이배추(15.79%), 당근(12.97%) 등 다른 채소 도매가격도 전주 대비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인 토마토(38.85%)와 사과(24.37%) 등 과일값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 시장에 불안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는 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호우·폭염 등으로 가격이 오른 배추·무 등 채소류는 비축 물량 방출, 조기 출하 지원 등을 통해 수급을 관리하겠다”며 “사과·배 등 추석 성수품 공급은 평시보다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배추 비축 물량을 하루 최대 400t 방출할 계획이다. 또 재해 대비용으로 준비한 예비묘 200만 주를 투입해 여름배추 재배면적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롯데마트·슈퍼는 오는 28일까지 고랭지 절임배추를 사전예약 방식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기로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