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재택근무가 불러온 과로의 일상화
코로나19로 우리는 언젠가 하리라 구상만 하던 혁신적이고 새로운 업무 수행 방식을 체험했다. 재택근무다. 집에 앉아 모든 일을 처리하는 미래가 순식간에 왔다.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많은 회사가 여전히 재택근무와 유연 근무를 시행 중이다. 이런 방식이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었을까.

<정상 과로>는 오히려 업무 과부하를 키웠다고 말한다. 에린 L 캘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 교수와 필리스 모엔 미네소타대 사회학과 교수가 썼다. 미국 사회학협회의 ‘막스 베버 도서상’을 받은 책이다.

직장인은 일도 삶도 풍요로운 ‘워라밸’을 꿈꾼다. 그런데 책은 중요한 것은 워라밸이 아니라고 말한다. 워라밸을 따지기 전에 일의 양 자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미국 대기업 직원 상당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 업무 시간 외에도 회사 일을 한다. 이른 아침부터 해외 동료와 통화하고, 밤 10시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 요청을 받는다. 어디서나 이메일과 문자, 와츠앱 등의 인스턴트 메시지가 날아든다.

유연 근무는 이를 더 악화시켰다.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흐릿해진 탓이다. 언제든 필요하면 일을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됐다. 과로는 점점 추세로 굳어져 “과로가 정상인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책의 진단이다.

저자들은 관행과 회사 문화 등 ‘본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직원과 관리자가 언제든,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기대를 줄이지 않는다면 어떤 새로운 제도도 무용하다”는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