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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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에서 5년째 오토바이로 배달일을 하는 30대 김모씨는 지난 14일 영통동의 4차선 도로에서 곡예 운전을 하는 중앙아시아계 배달 라이더를 미행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현장에서 조사하니 그는 무면허에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김씨는 “요즘 하루 수십 명씩 외국인 라이더를 마주친다”며 “하도 중앙선 침범을 일삼기에 참다못해 이들을 신고하는 자경단에 가입해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배달업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인 ‘외국인 라이더’가 크게 늘고 있다. 지역 소규모 배달대행 업체뿐 아니라 대형 플랫폼마저 외국인의 체류자격, 운전면허를 확인하지 않은 채 ‘무차별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1~7월 택배·배달업종 불법 취업 외국인 적발 건수는 171건으로 작년(117건) 전체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업계에선 적발 건수는 ‘빙산의 일각’일 뿐 수천~수만 명의 외국인 라이더가 일할 것으로 추정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배달대행 업체,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원 수는 23만 명가량이다.

전국 곳곳엔 오토바이를 두고 영업하는 7900여 개의 소규모 배달업체가 있다. 특히 외국인 비중이 높은 서울 금천·영등포구, 경기 화성·수원시 등에 있는 업체 중 라이더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국인 라이더 중 상당수가 불법체류자거나 비자 조건이 안 된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출입국관리법상 영주비자(F-2·5·6) 말고는 배달업 종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원의 배달업체 관계자는 “한국인 명의를 빌려 일하는 외국인이 부지기수이고, 애초에 신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업체도 많다”고 전했다. 무면허 외국인이 배달일을 해도 걸러낼 방법이 없는 셈이다.

외국인들도 제조업에 비해 한국어 요구 수준이 낮고, 시간당 수입이 좋은 배달일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단속도 어렵다. 모두 헬멧을 쓰고 있어 식별이 쉽지 않고, 불법체류자 단속 권한이 애초에 법무부에 있어서다.

대형 배달 플랫폼들도 불법 행위를 방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의민족은 라이더의 유상운송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다가 지난 6월 폐지했다. 쿠팡, 요기요 등은 아예 외국인 신분 확인 절차조차 없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