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칼럼] 이벤트, 예술은 아니지만 예술적이어야
막을 내린 파리올림픽은 유럽 문화·예술의 중심에서 열려 기대가 컸던 만큼 더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올림픽 개·폐회식, 특히 개회식은 문자 그대로 ‘지상 최대의 쇼’로 불린다. 이런 메가이벤트는 단순한 문화예술적 볼거리를 넘어 국가 브랜드 마케팅 전략에 따른 전문적이고 치밀한 기획이 필수적이다.

전 세계는 메가이벤트를 현장과 TV, 모바일 기기로 시청하며 개최국의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평가한다. 개·폐회식은 개최국의 ‘하드파워’를 넘어 ‘소프트파워’와 ‘스마트파워’를 높이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메가이벤트에 많은 전문가와 예산을 투입하는 이유는 그 파급력이 즉각적이고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벤트는 국가 정체성을 표출하고, 국제 정세와 인류 공영의 가치를 담아내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 브랜드 마케팅 관점에선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전략적 기획 모델인 ‘I→V→V’(identity→value→vision)가 중요하다. 이는 최고의 감동을 목표로 한 체험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단계(인지→이해→공감→감동)를 대전제로 한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개최국의 전통적 ‘정체성’(identity)을 기본으로 동시대인 누구나 함께 공감, 감동할 수 있는 신념과 이념으로서의 가치를 갖도록 하는 ‘가치화’(value) 작업이다. 그리고 전 인류가 함께 공유해야 할 ‘꿈’(vision)으로 승화하는 전략 프로세스다. 이 전략 개념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영속적으로 관통하는 통시적이고 전략적인 기획의 핵심 틀이 된다.

즉, I→V→V의 마케팅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무한한 확장성을 내포한 ‘한 알의 씨앗’과도 같은 명쾌한 콘셉트를 도출하고 이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표출해내는 것이다. 개최국의 문화와 예술, 디자인 파워로 응축한 스토리는 재해석·재배치·재창조돼 다양한 유형의 미디어를 통해 파급력이 배가된다. 그 결과 단지 자랑을 넘어 그 나라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과 방식으로 소통하고 교감하고 감동을 준다. 나아가 인류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파리올림픽은 형식과 내용에서 기존 스타디움의 틀을 도시 전체로 확장한 형식은 혁신적이었다. 도시 전체를 거대한 무대 세트로 활용한 것은 파리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개회식은 내용적 측면에서 서구 규범과 기독교 전통에 대한 조롱, 젠더주의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예술성과 실험성을 강조하려는 시도였겠지만, 공감 측면에서는 세계인에게 오히려 과거 회귀적이고 산만함으로 비쳤다.

‘형식의 성공, 내용의 실패’로 요약되는 파리올림픽 개·폐회식은 예술성을 과도하게 강조한 실험적인 아방가르드였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불편하다. 이번 개회식이 파리만의 자신감인지 편협한 우월감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논란과 생각거리를 주는 것이 최고의 작품’이라는 그들의 주장에 공감한다면 파리올림픽은 하나의 벽을 허문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파리올림픽의 파격적인 예술적 시도에 한국 이벤티스트의 노하우가 결합됐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 생각해 본다. 한국은 세계 3대 스포츠 메가이벤트인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라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국가 중 하나로 다양한 국제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있다. 한국의 성공 방식이라면 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벤트는 예술이 아니지만, 예술적이어야 한다. 차기 올림픽에서 이벤티스트와 문화예술가들의 또 다른 멋진 메가이벤트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