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가 기업 현장에서 생산성 향상 등 가시적인 성과로 점차 이어지고 있다. 내년까지 미국 주요 상장 기업의 40% 이상이 AI 활용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과잉투자 우려가 제기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AI 전쟁’에서 이기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월마트 ‘전사적 AI 도입’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월마트 물류창고에서 로봇 지게차가 물품을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월마트 물류창고에서 로봇 지게차가 물품을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월마트는 15일(현지시간) AI가 생산성 향상을 이끌었다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과 전망을 발표했다. 물류부터 사무 업무에 이르기까지 AI를 폭넓게 도입해 인건비 절감과 함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 덕분이다. AI 자동화 투자로 광고 비용, 음식물 낭비 및 도난 위험을 줄이고,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해 수십억달러를 절약하면서다.

월마트의 AI 성공 방정식은 ‘전사적 전환’이다. AI를 일부 업무에 국한하지 않고 전반적인 업무 시스템에 적용했다. 지난 4월 월마트는 자율주행 지게차 제조업체인 폭스로보틱스로부터 4개 물류센터에 19대의 로봇 지게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근로자들은 지게차를 직접 운행하는 대신 감독하는 업무로 전환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내부 업무 시스템에 생성형 AI 기능인 ‘마이 어시스턴트’를 도입했다. 11개국에 걸쳐 약 7만5000명의 직원이 사내 맞춤형 AI 프로그램을 사용해 생산성을 높였다.

공급업체와의 협상과 같이 전통적으로 사람의 의사 결정이 크게 작용하는 과정에도 예외는 없다. 월마트가 협상 과정 챗봇을 도입한 지는 올해로 4년째다. 월마트는 2020년부터 AI 기반 기업 거래 자동화 플랫폼 기업 ‘팩텀’과 함께 개발한 챗봇으로 약 10만 개 공급업체와의 협상을 자동화했다. 월마트가 원하는 제품과 예산, 협상 목표 등을 챗봇에 입력하면 과거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적절한 납품업체를 찾아 가격과 수량을 제안하는 과정까지 챗봇이 도맡는 방식이다.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걸리던 협상 시간은 며칠로 단축됐고, 2000건의 협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업체의 만족도도 75%에 이른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식료품에서 내고 있는 월마트는 공급망 관리에도 AI를 도입해 물류 관리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계획이다. 월마트는 지난 6월 농작물 공급 안정성 및 식품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품 공급망 소프트웨어 업체 아그리태스크와 손잡으며 데이터 기반의 정보기술(IT) 농업 솔루션을 도입했다. 농경지의 작물 생장 현황 데이터를 원격으로 취합하고, 이어 AI의 기계 학습과 분석 기능을 활용해 작물의 예상 수확량, 대체 작물 공급원 파악, 가장 적절한 농작물 구입 시기 등을 분석해 알려준다. 자동화된 솔루션을 통해 농업 공급망 내 위험을 사전에 예측해 대응하거나 수확량과 품질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 분석가들은 지난달 월마트가 자동화 및 AI 투자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 덕분에 2029회계연도에는 영업이익이 2023회계연도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투자, 1조달러 넘는다”

전문가들도 AI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에 최대 3000억달러(약 407조7800억원)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슈밋 전 CEO는 “(이 돈이) 모두 엔비디아에 돌아간다면 주식시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5~10년 사이에 AI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BoA는 3400개 기업, 주식분석가 130명을 대상으로 AI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AI 관련 자본 지출은 1조달러(약 1358조원)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지만, AI는 아직 1996년 인터넷 초창기 시절보다도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BoA는 엔비디아와 반도체 및 클라우드 업체를 시작으로 기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자본재 순서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2025년까지 S&P500 기업의 44%가 실적 발표에서 AI를 언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은 뒤처질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인텔이 2017~2018년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분을 취득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포기해 AI 시대에 뒤떨어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지난 2일 실적 부진에 따라 100억달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