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회의론' 잠재운 美 유통공룡
인공지능(AI)을 발 빠르게 도입한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가 생산성 향상과 실적 호조로 사상 최고 주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통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AI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며 미국 월가에 번진 ‘AI 과잉투자론’을 가라앉힌 대표적 사례로 부각됐다.

월마트는 15일(현지시간) 올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늘어난 1693억4000만달러(약 230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8.5% 증가한 79억달러(약 10조7200억원), 조정 후 주당순이익(EPS)은 9.8% 늘어난 0.67달러로 집계됐다. 매출과 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역대급 실적에 주가는 전날 대비 6.58% 오른 73.18달러에 마감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월마트는 AI를 미래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했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8억5000만 개 이상의 마케팅 데이터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온라인 웹사이트와 앱에서 마케팅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 검색 기능을 도입했다. 예컨대 ‘스포츠 시청에 가장 적합한 TV를 알려달라’는 질문에 관련 상품 목록을 추린 뒤 ‘TV를 놓을 방의 조명 상태는 어떠한가’와 같은 질문을 검색 엔진이 되묻는다. 단순 검색에서 그치지 않고 상호 작용을 통해 소비자가 최적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축구 경기를 보는 단체모임에 필요한 상품’을 검색하면 주류 과자 등 아이템을 일일이 검색할 필요없이 고객의 선호도에 맞춘 제품 제안이 나온다.

맥밀런 CEO는 “제품 설명 데이터 개선은 재고 관리 및 주문 전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하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 퍼너 월마트 미국지사 CEO는 “생성 AI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해당 작업을 완료하는 데 현재 인력의 약 100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AI의 강력한 생산성을 강조했다. 월마트는 수년간 AI 기능을 적용한 자동 지게차, AI 자동 결제 시스템 등을 적극 도입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