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수명 따라 연금 지급액 조절땐…고갈 22년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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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연구원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필요성' 보고서
'안정화장치' 먼저 도입한 日
물가 상승률 年1.5%인 상황에서
수명 0.4% 늘고 가입자 1% 줄면
차액인 0.1%만큼만 연금액 증가
청년 부담 줄이겠다는韓
국민연금 보험료율 15%로 올리고
'안정화장치'까지 추가 도입하면
고갈 시점 2071년→2093년 연장
'안정화장치' 먼저 도입한 日
물가 상승률 年1.5%인 상황에서
수명 0.4% 늘고 가입자 1% 줄면
차액인 0.1%만큼만 연금액 증가
청년 부담 줄이겠다는韓
국민연금 보험료율 15%로 올리고
'안정화장치'까지 추가 도입하면
고갈 시점 2071년→2093년 연장
정부가 국민연금 구조 개혁을 위해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일본이 2004년 도입한 방식을 적용하면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22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동안정화장치는 저출생에 따른 국민연금 가입자 감소와 기대수명 연장, 물가·성장률 등 경제지표에 연동해 연금 지급액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장치를 도입하면 국민연금 가입자 중 소득 수준이 평균(작년 기준 약 286만원)인 사람은 연금이 월 3만원 가까이 감액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한국이 별다른 제도 변화 없이 국민연금 보험료율만 15%까지 인상(2025년부터 0.6%포인트씩 10년간)하면 기금은 현행 예상 시점(2055년)보다 16년 뒤인 2071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자동안정화장치를 추가 도입하면 소진 시기가 2093년으로 22년 더 늦춰진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에 가입한 20세 청년이 90세가 되는 2093년까진 기금이 고갈될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말 재정 안정화에 방점을 찍은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다. 핵심 중 하나는 자동안정화장치를 두는 것이다. 일본, 독일, 핀란드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시행하는 제도다.
일본은 2004년 ‘거시경제 슬라이드’라는 이름의 자동안정화장치를 만들었다. 슬라이드는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연금액이 미끄러지듯 줄어든다는 의미다. 예컨대 물가 상승률이 1.5%라면 그만큼 연금이 늘어야 하지만 거시경제 슬라이드가 작동하면 연금 증가 폭이 억제된다. 연금 하락 폭을 결정하는 이른바 ‘거시경제 슬라이드율’은 가입자 감소율과 기대수명 증가율을 더한 값으로 그만큼 연금이 감액된다. 예를 들어 가입자 감소율이 1%고 기대수명은 0.4% 늘었다면 이를 합한 1.4%가 거시경제슬라이드율이 되고 해당분만큼 연금이 줄어드는 구조인 것이다.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면 가입자들이 받는 연금 수급액도 소폭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 가입자 중 소득 수준이 평균인 사람이 2050년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경우 연금 수급액은 자동안정화장치 적용 전 월 167만4000원에서 적용 후 월 164만7000원으로 2만7000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소득 수준이 평균의 두 배인 사람은 연금 수급액이 월 251만1000원에서 월 247만1000원으로 4만원 깎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자동안정화장치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처럼 자동안정화장치를 강하게 작동하지 않더라도 소득대체율을 40%(2028년 기준)로 유지하는 선에서 안정화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며 “현재까지 이뤄진 국민연금 개혁 논의 중 가장 진일보한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동안정화장치는 피로감을 주는 국민연금 개혁 없이도 예측 불가능한 인구 변화, 경제성장률 등 변수를 반영해 급여 수준을 조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안정화장치 적용하면
1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 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보고서는 한국이 별다른 제도 변화 없이 국민연금 보험료율만 15%까지 인상(2025년부터 0.6%포인트씩 10년간)하면 기금은 현행 예상 시점(2055년)보다 16년 뒤인 2071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자동안정화장치를 추가 도입하면 소진 시기가 2093년으로 22년 더 늦춰진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에 가입한 20세 청년이 90세가 되는 2093년까진 기금이 고갈될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말 재정 안정화에 방점을 찍은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다. 핵심 중 하나는 자동안정화장치를 두는 것이다. 일본, 독일, 핀란드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시행하는 제도다.
일본은 2004년 ‘거시경제 슬라이드’라는 이름의 자동안정화장치를 만들었다. 슬라이드는 인구구조 변화 등에 따라 연금액이 미끄러지듯 줄어든다는 의미다. 예컨대 물가 상승률이 1.5%라면 그만큼 연금이 늘어야 하지만 거시경제 슬라이드가 작동하면 연금 증가 폭이 억제된다. 연금 하락 폭을 결정하는 이른바 ‘거시경제 슬라이드율’은 가입자 감소율과 기대수명 증가율을 더한 값으로 그만큼 연금이 감액된다. 예를 들어 가입자 감소율이 1%고 기대수명은 0.4% 늘었다면 이를 합한 1.4%가 거시경제슬라이드율이 되고 해당분만큼 연금이 줄어드는 구조인 것이다.
○“안정화장치 조속히 도입해야”
이 보고서는 이런 일본 방식을 적용해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추정했다. 지난해부터 2093년까지의 가입자 평균 감소율 1.2%와 기대수명 증가율 0.4%를 더한 1.6%를 한국의 거시경제 슬라이드율로 계산했다.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면 가입자들이 받는 연금 수급액도 소폭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 가입자 중 소득 수준이 평균인 사람이 2050년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경우 연금 수급액은 자동안정화장치 적용 전 월 167만4000원에서 적용 후 월 164만7000원으로 2만7000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소득 수준이 평균의 두 배인 사람은 연금 수급액이 월 251만1000원에서 월 247만1000원으로 4만원 깎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자동안정화장치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처럼 자동안정화장치를 강하게 작동하지 않더라도 소득대체율을 40%(2028년 기준)로 유지하는 선에서 안정화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며 “현재까지 이뤄진 국민연금 개혁 논의 중 가장 진일보한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동안정화장치는 피로감을 주는 국민연금 개혁 없이도 예측 불가능한 인구 변화, 경제성장률 등 변수를 반영해 급여 수준을 조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