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옥상 끝에 걸고, 쳐박는다?" 서도호의 상상은 이들과 함께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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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문화재단 후원으로 제작한 4편의 서도호 다큐멘터리
아트선재센터 '스페큘레이션' 전시 연계 특별 상영회
17일 '연결하는 집, 런던' 첫 상영…200여석 메운 관객들
서도호 "내가 살던 모든 집,
아트선재센터 '스페큘레이션' 전시 연계 특별 상영회
17일 '연결하는 집, 런던' 첫 상영…200여석 메운 관객들
서도호 "내가 살던 모든 집,
서도호 작가(62)는 '집의 예술가'다. 서울, 뉴욕, 베를린, 런던 등 세계 곳곳에 집을 짓는다. 아니, 짓는다는 표현은 틀렸다. 집을 걸고, 집을 떨어뜨리고, 집을 다른 집들 사이에 끼워 넣는다. 혹은 뒤집는다. 설치미술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한 그의 '집 연작'은 모두 그가 한때 살았던 집이다.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 유학 시절 로드아일랜드의 집, 베를린의 스튜디오와 집 등이다.
그의 작품은 사진 한 장으로 봐도 놀랍지만, 실제로 보면 더 믿기지 않는다. 나무 한옥의 디테일을 완벽하게 구현하는가 하면, 흐늘흐늘한 천으로 건물을 웅장하게 세우고, 곧 추락할 것 같은 집안을 걸어들어갈 수 있게 설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과보다 과정을 궁금해한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한 것이냐"는 질문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런 서도호의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아트선재센터 '스페큘레이션' 전시 기간 동안 함께 열린다. 토요일 오후 4시, 9회차에 걸쳐 '연결하는 집, 런던', '별똥별', '서도호의 움직이는 집들' 등이 교차 상영된다. 서 작가는 약 20년 전부터 자신의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연출가를 섭외해 본격적인 다큐 형식의 영상물로 제작하게 된 건 2016년부터 CJ문화재단이 이를 후원하면서다. 지금까지 총 네 편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됐다.
첫 상영회는 지난 17일에 '연결하는 집, 런던'으로 열렸다. '영국 도시조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런던에서 공개한 첫 대형 야외 설치 작품의 제작 과정을 다루는 이 다큐는 프랑스 출신의 사진작가 겸 시각예술가 고티에 드블롱드가 연출했다. 런던에서도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웜우드가 육교 위에 전통 한옥을 설치하면서 겪었던 예기치 못한 에피소드는 물론 설치를 담당했던 '화이트월'의 관계자 등의 인터뷰가 실렸다. 지금까지 서 작가가 펼쳐온 프로젝트 중 가장 복잡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로 꼽히는 이 작품 속에서 그는 "어린 시절 나의 집이 낙하산을 타고 런던 한복판에 연착륙 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며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을 연결하는 육교, 그 다리 자체가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옥 자체가 낯설었던 영국인들과의 협업, 이를 육교 위로 올리는 작업, 집의 방향을 설정하는 문제 등 상상을 현실로 옮겨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이날 상영회가 끝난 후 우정아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의 사회로 40여 분간 200여 명의 관객과 만난 서 작가는 "사람들은 전시장에 있는 결과물만 보고 작품세계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나는 모든 일에서 결과보다 그 과정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한국의 전통 가옥이 낯선 외국인들도 그의 집 시리즈를 보면 눈물을 흘리거나 '소름이 돋는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고.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집이란 잠시나마 머물렀던 모든 집에 대한 기억의 총체입니다. 물론 지금 집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세상을 처음 만난 '태어난 장소'는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집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는 것 같아요."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공부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와 예일대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지금까지 런던, 베를린, 파리, 볼티모어 등을 떠돌며 스스로 이방인의 삶을 자처한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다큐의 묘미다. "런던 도심에서의 한옥은, 마치 낙동강 오리알같은 개념이랄까요. 사실 제가 그렇게 살았죠. 외국에선 한국(동양)인으로, 한국에선 또 해외에서 '역수입한 설치작가'로요." 김보라 기자
※아트선재 서도호 다큐멘터리 상영일정
△연결하는 집, 런던, 2024, 29분 13초
일시: 8월 17일, 9월 7일, 10월 12일 (토) 오후 4시
△별똥별, 2012, 49분 13초
일시: 8월 24일, 9월 28일, 10월 19일 (토) 오후 4시
△서도호의 움직이는 집들, 2023, 52분 48초
일시: 8월 31일, 10월 5일, 11월 2일 (토) 오후 4시
"나에게 집이란 잠시나마 머물렀던 모든 집에 대한 기억의 총체입니다. 물론 지금 집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세상을 처음 만난 '태어난 장소'는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집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는 것 같아요."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공부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와 예일대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지금까지 런던, 베를린, 파리, 볼티모어 등을 떠돌며 스스로 이방인의 삶을 자처한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다큐의 묘미다. "런던 도심에서의 한옥은, 마치 낙동강 오리알같은 개념이랄까요. 사실 제가 그렇게 살았죠. 외국에선 한국(동양)인으로, 한국에선 또 해외에서 '역수입한 설치작가'로요." 김보라 기자
※아트선재 서도호 다큐멘터리 상영일정
△연결하는 집, 런던, 2024, 29분 13초
일시: 8월 17일, 9월 7일, 10월 12일 (토) 오후 4시
△별똥별, 2012, 49분 13초
일시: 8월 24일, 9월 28일, 10월 19일 (토) 오후 4시
△서도호의 움직이는 집들, 2023, 52분 48초
일시: 8월 31일, 10월 5일, 11월 2일 (토) 오후 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