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왼쪽)와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SK텔레콤 제공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왼쪽)와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과 리벨리온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합병 과정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양측은 연내 합병법인을 출범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SK텔레콤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의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양사는 지난 6월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합병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상호 실사 작업과 구체적인 합병 조건 협의를 진행했다.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의 기업가치 비율은 1대 2.4로 합의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신규 합병법인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넘어서며 대한민국 AI 반도체를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사피온코리아로 하되, 리벨리온 경영진이 합병법인을 이끌기로 하면서 새 회사의 사명은 리벨리온으로 결정됐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합병법인의 경영을 맡기로 했다. 리벨리온 경영진의 안정적 합병법인 운영을 위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스퀘어로 구성된 사피온 주주진은 보유 주식 가운데 3%(합병 후 기준)를 합병 전까지 매각해 리벨리온 경영진의 1대 주주 지위를 보장하기로 결정했다. 합병 이후에는 신설 합병법인의 원활한 경영을 위해 사피온, 리벨리온 경영진 등 주요 주주들은 일정 기간 상대 동의 없이 주식을 처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SK텔레콤은 합병 이후 전략적 투자자로 합병법인의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진출과 대한민국 AI 반도체 경쟁력 향상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도 사피온의 주주사로서 합병법인 지원에 나선다.

양측은 향후 2년 정도를 한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이번 본계약 체결에 이어 올해 내 합병법인 출범을 목표로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사피온코리아는 2016년 SK텔레콤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출발해 분사한 AI 반도체 전문기업이다. 2020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선보였고, 작년 11월 차세대 AI 반도체 X330을 공개하는 등 AI 반도체를 개발해왔다.

리벨리온은 박성현 대표 등이 2020년 공동 창업한 AI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설립 3년 만에 2개의 칩을 출시하고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누적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아톰’의 양산에 이어 올해 말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지원하는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오른쪽 세 번째)와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왼쪽 세 번째) 등 양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오른쪽 세 번째)와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왼쪽 세 번째) 등 양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이번 본계약 체결로 SK텔레콤이 구축하고 있는 AI 밸류체인 3대 영역 가운데 하나인 ‘AI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AI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와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이번 합병계약 체결은 대한민국 AI 반도체의 도약을 위해 국가 차원의 총력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하에 양사의 투자자와 주요 사업 파트너 등의 대승적 결단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본게임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어느 때보다 치열한 AI 반도체 전쟁 속에서 저력을 발휘해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