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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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극단적인 여성 혐오를 테러로 규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막기 위해서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은 대(對)테러 전략 검토를 지시했다. 여성 관련 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극단적 이념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쿠퍼 장관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극단적인 사상을 가진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증오에 휩싸인 선동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지시에 따라 영국 내무부는 극단적인 여성 혐오를 이슬람 성전주의나 극우 극단주의 등과 같은 선상의 테러로 간주하고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영국 내무부는 이슬람·극우·동물권·환경·북아일랜드 등과 관련한 극단주의를 '우려 범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교사나 의료 전문가, 지방 당국자는 극단주의 조짐을 보이는 사람을 발견할 경우 해당 대상을 대테러 예방 프로그램 '프리벤트'(Prevent)에 위탁할 법적 의무를 진다. 극단주의를 판단하는 범주에 여성 혐오가 추가되는 셈이다.

영국 내에선 수년 전부터 극단적 여성 혐오가 퍼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지난 2021년 런던에서 30대 여성이 귀갓길에 괴한에 납치돼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혐오 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여성 혐오와 관련해 이미 '인셀'(Incel)이 우려 범주로 지정돼있다. 인셀은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줄임말이다. 여성에게 거부당했다는 인식을 가진 남성이 적개심과 폭력성을 발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 같은 분류 체계로는 다른 형태의 여성 혐오 폭력을 포착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가디언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테러리스트들이 추종자를 끌어들이는 것처럼 일부 인플루언서가 젊은 남성들을 극단적인 여성 혐오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