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운영 다중화와 통신 지연시간 단축이 중요해지면서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따로 두거나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에지 데이터센터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임대 업체인 에퀴닉스도 국내에서 에지 데이터센터 서비스에 나섰다.
컨테이너 크기 '미니 데이터센터'가 뜬다
18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퀴닉스는 최근 한국에서 에지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에퀴닉스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주요 클라우드 업체의 거점 데이터센터 중 40%를 임대하고 있는 업체다. 33개국에서 데이터센터 264곳을 운영하고 있다.

에지 데이터센터는 대형 데이터센터의 역할을 분담하는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가리킨다. 네이버가 지난해 11월 운영을 시작한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의 전력 용량은 270메가와트(㎿) 규모다. 반면 에지 데이터센터는 커봐야 1~5㎿ 크기다. 컨테이너를 둘 수 있는 부지나 건물의 일부 층만 있으면 운영이 가능한 정도다.

에지 데이터센터는 데이터 관리 업체 주변이나 도심에 두기 쉽다는 게 강점이다. 데이터센터는 고객사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통신 속도가 늦어진다. 자율주행 교통체계와 증강현실(AR) 환경에선 통신이 수십 분의 1초만 늦어져도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에지 데이터센터가 차세대 이동통신 환경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대형 데이터센터와 달리 전자파를 우려하는 주변 주민들의 반발도 적다. 구축도 3~6개월이면 충분하다. 대형 데이터센터는 3년가량이 걸리는 일이다.

업계에선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중 에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5%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마케츠앤드마케츠는 세계 에지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가 지난해 104억달러(약 14조1000억원)에서 2028년 296억달러(약 40조1000억원)로 5년 새 약 3배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그간 에지 데이터센터 수요가 적은 편이었다. 이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북미와 달리 비교적 작은 국토에 통신망이 집적돼 있어 통신 지연 문제가 적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국내에서도 에지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문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 운영체제를 쓰는 컴퓨터들이 일제히 먹통이 되면서 데이터 운용 이중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 데이터센터에 장애가 생겼을 때 에지 데이터센터가 서비스 복구를 지원하거나 긴급한 기능을 대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 구축된 데이터센터를 에지 데이터센터처럼 활용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에퀴닉스는 지난 14일 홍콩 데이터센터 시설을 확장하기 위해 1억2400만달러(약 168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외 데이터센터와 연계한 가상 서버를 이용해 에지 데이터센터를 쓰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물 데이터센터를 따로 만들지 않고서도 해외에서 데이터를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