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미국 대선 후보들이 주택 관련 정책 공약으로 표심 잡기에 나섰다. 경합주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의 정치 성향보다 경제관을 더 중시해 주택시장 위기가 대선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고공행진하는 미국 주택 가격뿐만 아니라 확대된 물가 부담, 관세·법인세 등 경제 관련 이슈들이 이번 대선판을 좌우할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치솟는 집값, 美대선 판 흔든다

경합주 84% “주택 비용 문제”

17일(현지시간) 미국 진보 성향의 대중민주주의센터가 애리조나 네바다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등 5개 경합주에서 지난 4월 온라인을 통해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임대료가 비싸다”고 답했다. 게다가 최근 나온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은 전달보다 0.2% 오르는 데 그쳤지만 주택 비용만큼은 0.4% 상승하면서 전체 인플레이션을 이끌었다.

이들 경합주의 표심이 당선 여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여론조사인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도 주택을 포함한 경제 관련 공약으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이들 경합주는 노동자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경제 관련 이슈에 표심이 달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16일 첫 주택 구매자에게 최대 2만5000달러 세금 공제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택 건설업자를 위한 세금 감면 혜택도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택 건설을 위해 연방 토지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 또한 해리스 부통령과 비슷하게 첫 주택 구매자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인플레·감세 놓고도 ‘격돌’

주택을 포함해 인플레이션 전반적인 문제를 놓고도 두 후보의 공약 대결은 이어지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식품 업체들이 가격 인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을 금지하는 새로운 법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량, 크기, 품질 등을 낮춰 판매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비판한 조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신생아 양육비 보조금을 지원해 육아 비용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에서 정부 역할을 축소하고, 규제 철회로 경쟁 촉진을 통한 물가 안정을 약속했다. 세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자녀 세액공제 확대와 법인세 인상을 내세울 방침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20%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실성 부족” 지적도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경제 공약을 두고 구체안이 부족한 상태이며 실행안이 나온다고 해도 현실성이 부족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한 두 후보 정책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바이든 정부의 백악관에서 근무한 마이클 싱킨슨 노스웨스턴대 경제학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 집행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식료품 가격을 통제하는 더 좋은 방법은 건전한 경쟁과 가격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위해 규제 완화를 내세웠지만 또 다른 공약에서 관세 인상을 주장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오르면 전체 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택 문제도 두 후보 공약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미국 주택시장에선 비싼 매매 가격과 임대료, 대출 비용 등이 핵심 문제로 꼽힌다. 하지만 임금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부담 때문에 주택 공급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주택 건설에 들어갈 인건비와 주택 구매자의 금리 부담이 없어지지 않는 한 주택 경기가 살아나기 쉽지 않다.

WSJ는 “두 후보 모두 자신의 계획에 대한 비용을 어떻게 지불할지 밝히지 않았다”며 예산 문제도 꼬집었다.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경제 공약이 10년간 1조600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늘릴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의 세액공제와 주택 지원 확대에 따른 재정적자 규모는 1조7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