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탠덤 태양광 전지’ 시장을 잡기 위해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한국 기업을 추격하고 있다. 세계 1위 태양광 기업 론지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탠덤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연구에만 매년 조(兆) 단위 금액을 쏟아붓고 있어서다. 지난 10여 년간 탠덤 태양광 전지 연구를 주도해온 한화큐셀 등 한국 기업은 기초연구보다 상용화 연구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보다 먼저 양산에 들어가야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韓·中 차세대 태양광 전지 주도권 전쟁

한화 “2026년 탠덤 셀 양산”

18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이르면 올해 10월 충북 진천에 마련한 40㎿(메가와트) 규모의 페로브스카이트-탠덤 셀 파일럿(시험생산) 라인의 최종 점검을 마치고 시험가동에 들어간다. 상업생산 목표 시점은 2026년이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태양광 업체 중 가장 먼저 탠덤 셀 양산에 들어간다.

탠덤 셀은 기존 태양광 셀보다 20~30% 싸면서도 효율은 1.5배 높은 차세대 태양광 전지다. 청록색 빛을 띠는 실리콘 이외에도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소재를 더해 제조한다. 일반 실리콘 셀의 광변환효율(태양광을 전기로 전환하는 비율)은 최대 29%다. 탠덤 셀은 최대 44%로 훨씬 높다. 같은 면적에서 약 1.5배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를 들어 퓨처마켓인사이트는 2033년 탠덤 셀의 세계 시장 규모가 49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큐셀은 광전환효율을 끌어올리는 연구개발(R&D) 경쟁은 중단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은 탠덤 셀 관련 광전환효율 기록을 깨기 위한 기록 경쟁을 벌여왔다. 2010년부터 광전환효율 연구를 해온 한화는 이 분야의 글로벌 선두 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용화에 필요한 공정·제품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중국보다 앞서 상용화해야 하는 만큼 안정성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올인해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 론지, R&D에만 연 2조원

탠덤 셀 연구가 늦은 중국은 R&D에 조 단위 금액을 투입하며 한국 따라잡기에 나섰다. 글로벌 1위 기업인 론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작년에만 2조원가량을 R&D에 쏟아부었다. 재무구조가 악화하는데도 목돈을 투입하자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R&D 투자를 자제하라”는 경고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이미 성과는 나오고 있다. 탠덤 셀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본 지 3년밖에 안 됐는데 지난 6월 광전환효율 세계 신기록(34.6%)을 세웠다. 한화큐셀은 30% 수준이다.

한화큐셀이 중국과의 R&D 경쟁 대신 빠른 상용화로 전략을 수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최고 효율을 기록하는 것과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수율을 잡기 위해서는 소재 비중, 전류, 온도, 노이즈 등 미세한 차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건 한화가 가장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중국이 실리콘 셀로 글로벌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고, 초대형 실리콘 셀 생산라인을 갖춘 만큼 탠덤 셀로 전환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늦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