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탄핵 전쟁'에 가려진 680억 과징금…구글·애플만 웃는다
“정치권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구글과 애플만 웃고 있는 꼴입니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인앱 결제 강제에 따른 이용자 이익 저해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인앱 결제 문제와 관련해 구글에 475억원, 애플에 205억원 과징금을 부과하는 시정조치안을 발표했지만, 방통위 의결이 이뤄지지 않으며 10개월간 납부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다.

당시 방통위는 구글과 애플이 각각 앱 마켓을 운영하며 국내 사업자들에게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고, 수수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등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시정 조치를 내렸다. 조사가 끝나고 실행만 남았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정 조치를 최종 의결해야 할 방통위가 열리지 않고 있어서다. 16일 토론회에 참석한 조주연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도 “(구글과 애플 과징금에 대한) 기술적, 법률적 검토 사항은 끝냈다”며 “방통위가 정상화되면 심의, 의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된 방통위원장은 모두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야당의 ‘탄핵 카드’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고, 이들은 모두 표결 전 자진 사퇴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2일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로 이 위원장은 취임 사흘 만에 직무가 정지됐다. 헌법재판소에서 이 위원장의 탄핵 인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빙통위는 김태규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하는 1인 체제로 운영된다. 2인 이상인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주요 안건에 대한 심의·의결이 불가능하다. 야당이 탄핵안을 발의하면 위원장이 사퇴하고, 또다시 인사청문회가 개최되고 이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초로 입법한 인앱 결제 강제 금지도 무용지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치적 이유로 정부 부처의 기능 중단이 언제까지든 계속돼도 좋다는 것인지 야당에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