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기업 에코프로비엠과 2차전지 제조업체 SK온,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가 함께 짓고 있는 캐나다 양극재 공장 건설이 또다시 중단됐다.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포드가 주요 모델 양산 시점을 수정한 탓이다. 캐나다 공장 건설이 늦춰지면서 에코프로비엠과 SK온이 계획한 해외 생산거점 구축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포드 갈팡질팡에…에코프로·SK온 캐나다 합작공장 건설 중단
18일 캐나다 현지매체 라프레스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과 SK온, 포드가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르에 짓고 있는 양극재 공장 건설이 지난 5일부터 중단됐다. 4월 공장 건설이 일시 중단된 뒤 두 번째다. 당시 에코프로비엠은 건설 시공사 선정 문제로 공사를 일시 중단했고, 한 달 뒤 재개했다.

이들 3사가 베캉쿠르시 산업단지에 1조2000억원을 들여 양극재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건 지난해 8월이다. 에코프로비엠이 지난해 2월 설립한 캐나다 현지법인 에코프로 캠 캐나다가 공장을 운영하고, SK온과 포드는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2026년 상반기께 연산 4만5000t 규모의 양극재를 양산하는 게 목표였다.

거액의 투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세 기업 모두 공장 건설에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에 중단한 표면적인 이유는 ‘공장 재설계’다. 에코프로 캠 캐나다 관계자는 14일 “전기차 캐즘과 배터리 수요 변동을 감안해 양극재 제조 전략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며 “재평가가 끝나는 대로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에선 포드가 전기차 전략을 변경한 여파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포드는 이달 초 대형 전기차 개발 속도를 조절하기로 결정했다. 대형 전기 픽업트럭 양산 계획을 재검토하고 소형 전기차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계획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의 전기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설비 투자도 보류했다.

이로 인해 포드와 국내 기업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프레스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가능한 한 빨리’ 공장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늦어도 9월에는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전기차 전략을 확정 짓지 못한 포드는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양산 목표 시점도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미뤄졌다.

그레고리 페이션스 몬트리올에콜폴리테크니크 연구원은 라프레스에 “공장 설계가 끝난 뒤 이를 번복하는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며 “포드는 아직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