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정문성 /사진=쇼노트 제공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정문성 /사진=쇼노트 제공
배우 정문성이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에서 화제의 챌린지 '마라탕후루' 애드리브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문성은 최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한경닷컴과 만나 '젠틀맨스 가이드'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가문의 백작 자리에 오르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정문성은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자 9명을 연기한다. 은행장 애스퀴스 다이스퀴스 1세부터 성직자 에제키엘 목사, 시골의 대지주 헨리, 자선사업가 레이드 히아신스, 멋쟁이 애스퀴스 다이스퀴스 2세, 보디빌더 바르톨로매오, 하이허스트의 여덟 번째 백작 애덜버트 경, 배우 레이디 살로메, 청소부 천시까지 쉴 새 없이 변신한다. 단 15초 만에 의상, 가발, 분장 등을 바꾸는 '퀵 체인지'를 통해 겹치는 구석이 없이 각 배역을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정문성은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로 백작 애덜버트 경을 꼽았다. 그 이유에 대해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중요한 캐릭터고 9명 중 가장 진지하다. 다른 역할은 무겁지 않게 표현해야 하는 숙제가 있는데 이 역할은 비교적 자기 무게를 가지고 해도 된다. '저 사람이 왜 저럴까?'라는 고민을 관객한테도 갖게 하고 나 스스로도 갖고 연기하려고 한다. 사무대에서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인물과의 관계가 많은 캐릭터이지 않냐.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고 밝혔다.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는 시골의 대지주이자 양봉업자인 헨리라고 했다. 정문성은 "사실 다른 쪽으로 생각한 헨리의 모습도 있었다. 콘셉트를 바꿔보고 싶었는데 너무 큰 작업이 될 것 같아서 손을 못 댔다"면서 "급하게 치고 빠지는 역할이 많은 와중에 헨리는 짧지 않은 씬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총 두 개의 씬에 등장하는데 그걸 설계해서 캐릭터를 만들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재밌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제일 부담됐던 건 자기 멋대로 연기하는 '똥배우' 레이디 살로메였다고. 정문성은 "사실 대본이 되게 짧다. 몇 줄하고 퇴장하는데 거기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게 엄청난 부담이었다. 이제는 그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처음엔 가장 부담스러웠다. 지금은 재밌게 하고 있다"며 웃었다.

특히 정문성은 레이디 살로메를 연기하면서 '마라탕후루' 대사를 애드리브로 넣어 화제가 됐다.

이와 관련해 묻자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지 않냐. 원래는 강아지, 동물 등의 영상을 보다가 점점 재밌는 걸 보게 됐다. 유튜브 숏츠를 계속 넘기면서 보다 보니까 내 취향을 벗어난 모든 걸 보게 되더라. 한 사람이 한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하는, 소위 '유행하는 것'들을 많이 보게 됐다. '뒤에 깔리는 음악이 왜 다 똑같지?'라고 생각했다가 '아, 이게 유행이구나'라고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마라탕후루' 챌린지까지 접하게 됐다는 정문성은 "총을 '탕탕' 쏘는데 순간 이 음악이 귀를 스쳐 지나갔다"고 전했다.

그는 "'젠틀맨스 가이드'에 나오는 다이스퀴스들은 뭔가 나쁜 게 하나씩 있다. 레이디 살로메는 동료 배우들, 관객, 작가, 연출이 있는데도 자기가 대본을 바꾸고 다 쏴 죽이는 식의 연기를 한다. 그래서 그의 죽음이 그렇게 슬퍼할 일은 아니라는 식의 전제가 있다. 전 시즌에는 정말 아무거나 막 뱉었다. 그러다 보니 이 공연은 약속이 엄청 많은 공연인데 그걸 지키기가 힘들더라. 맥락 없이 약속된 대사를 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짧고 재밌는 상황을 상상해보기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라탕후루'가 딱 그 상황에 맞는 것 같아서 한 번 해보기로 했다. 말도 되고, 관객분들이 재밌어하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정문성은 "나중에 또 다른 어떤 게 머릿속을 스치게 되면 그걸 할 것"이라면서 "그런 게 갑자기 머리를 스쳐 갈 때가 있다. 특히나 차 안에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며 웃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