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상속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성을 밝혔다. 중도층을 잡기 위한 ‘실용 행보’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정기전국당원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산층 중 서울에 집 한 채 갖고 있는데 상속세 공제가 워낙 적어 몇억원 세금을 내지 않으면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상속세) 일괄공제 5억원을 정한 게 28년 지났다고 한다.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세제 개편 논의를 주도하는 임광현 의원은 지난달 일괄공제 한도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다만 이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상속세율 인하에는 반대했다. 그는 “세율을 인하하면 서민이든 ‘초부자’든 똑같이 세율이 떨어져 상속세가 줄어든다”며 “그것은 초부자 감세에 해당한다”고 했다.

감세와 관련된 이 대표의 발언은 올 들어 이어지고 있는 ‘우클릭’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그는 지난달 10일 당 대표 출마 선언식에서 “주식시장이 안 그래도 어려운데 금융투자소득세를 예정대로 하는 게 정말 맞냐”며 당내 금투세 유예안에 불을 지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해서도 “신성불가침 의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자산 관련 세 부담 완화 정책에 대해 ‘부자 감세’라고 비판해온 것과 대비된다. 3년 뒤 대선을 겨냥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이 내년 시행을 주장하는 등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금투세 유예 문제도 조만간 매듭지을 전망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확인한 만큼 이 대표가 유예안을 관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른 한편으로 ‘이재명표 정책’은 그것대로 강화해 기존 지지층을 지키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을 비롯해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이른바 ‘기본 시리즈’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계와 금융권이 반대하는 ‘민주당판 밸류업’ 정책 역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입법화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 개혁’을 내걸고 이사회 감시 강화와 주주권 확대 등을 명시한 상법 개정안 등이 본격 추진될 수 있다. 이 대표는 대부업의 최고 이자율을 낮추고, 이를 어길 때는 원금까지 몰수하도록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에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천준호 의원 등 여러 친명계 의원이 관련 법안을 내놓았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