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이 지난 15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 사우스윈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세인트주드 챔피언십 1라운드 7번홀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주형이 지난 15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 사우스윈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세인트주드 챔피언십 1라운드 7번홀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 사우스윈드(파70) 16번홀(파5).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로 순항하던 김주형(22)에게 악몽이 시작됐다. 페어웨이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지자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벙커를 한 번에 탈출하지 못했고 약 2.3m 파 퍼트마저 홀을 스쳐 지나가 이날 첫 보기를 범했다.

한 번 흐름이 끊기니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17번홀(파4)에선 그린 옆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이후에도 어이없는 쇼트게임 실수를 반복하며 더블보기로 홀아웃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티샷을 물에 빠뜨려 또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마지막 3개 홀에서만 5타를 잃은 김주형은 이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세인트주드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언더파 279타를 적어 낸 김주형은 김시우(29) 등과 함께 공동 50위로 대회를 마쳤다. 악몽의 3개 홀이 아니었다면 김주형의 순위는 공동 22위가 될 수 있었다. 경기 후 김주형은 “16번홀의 보기가 치명적이었던 것 같다”며 “마지막 홀에서 만회해야 했는데 티샷 이후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기회를 놓쳤다”고 돌아봤다.

‘한 끗 차이’ 2차전 진출 실패

마지막 3개 홀을 망친 결과는 참담했다. 페덱스컵 랭킹 51위로 밀린 김주형은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 진출 커트라인인 50위에 딱 한 계단 모자라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전날까지 페덱스컵 랭킹 48위를 기록했기에 막판 3개 홀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2차전 출전도 가능했다. 김주형도 “대회 전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페덱스컵 랭킹 51위로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막상 그렇게 되고 보니 엉덩이를 걷어차인 기분”이라고 아쉬워했다.

페덱스컵 랭킹이 50위 밖으로 밀리면서 다음 시즌 계획도 꼬였다. 지난해 바뀐 규정에 따라 ‘특급 대회’로 불리는 시그니처 대회 출전권을 플레이오프 2차전에 진출한 50명에게 우선 배정하기 때문이다. 김주형은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열리는 가을 시리즈와 내년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둬야 시그니처 대회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김주형은 “힘든 한 해였으나 이를 통해 또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성재 6년 연속 최종전 진출 보인다

최종 라운드에서 2타를 줄인 임성재(26)는 공동 40위(3언더파)를 기록했다. 페덱스컵 랭킹은 9위에서 10위로 한 계단 하락했지만 플레이오프 2차전 출전 자격은 가뿐히 손에 넣었다. 임성재가 BMW챔피언십에서 페덱스컵 랭킹 30위 이내를 유지하면 최후의 30명이 올해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투어 챔피언십에 6년 연속 출전한다.

안병훈(33)도 투어 챔피언십 출전의 희망을 이어갔다. 공동 33위(4언더파)에 오른 그는 페덱스컵 랭킹이 12위에서 15위로 떨어졌지만 플레이오프 2차전에 진출했다. 김시우(29)도 공동 50위(1언더파)에 그쳤지만 페덱스컵 랭킹 44위로 살아남았다.

우승은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에게 돌아갔다. 마쓰야마는 최종 합계 17언더파 263타를 적어 내 잰더 쇼플리(미국), 빅토로 호블란(노르웨이)을 2타 차로 따돌렸다. 2007년부터 시작된 플레이오프에서 아시아 출신 선수가 우승한 것은 최초의 일이다. 지난 2월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에 이어 시즌 2승을 따낸 마쓰야마는 아시아 선수 최초 통산 10승 달성이라는 새로운 이정표까지 세웠다.

마쓰야마는 2024 파리올림픽 남자 골프에서 동메달을 합작한 전담 캐디가 영국 런던 공항에서 여권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대회에 함께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임시 캐디를 고용하는 우여곡절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는 페덱스컵 랭킹도 8위에서 3위로 끌어올렸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