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수치심 들면 성희롱?…법적 기준 뜯어보니 [법알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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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 중 피해자 '성적 수치심' 느꼈는지 여부
"진술 일관성 전제 돼야 증거 능력 인정 가능"
'수치심' 기준도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
'시술 범위' 사전 합의해야 법적 다툼 피한다
"진술 일관성 전제 돼야 증거 능력 인정 가능"
'수치심' 기준도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
'시술 범위' 사전 합의해야 법적 다툼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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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 시술을 핑계로 성추행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하면서, 두 행위를 가르는 법적 기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 억울한 경우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고의성' 여부를 사전에 증거로 남기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피해자 '성적 수치심'이 유일 증거? 과장된 것"
동의서·녹취 통해 '시술 범위' 사전에 합의해야
치료 혹은 미용 목적으로 진행되는 마사지는 신체 접촉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성추행과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 시술 과정에서 옷을 일부 벗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보통 시술실 내부엔 폐쇄회로(CC)TV가 없고 주변 목격자도 찾기 어렵다. 2002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흔히 '성추행'이라고 일컬어지는 신체 접촉은 형법 제298조로 처벌한다. 해당 조항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대법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이 신체에 가해지는 것 역시 '기습 추행'이란 용어로 해당 법률에 저촉한다고 보고 있다.
만약 강제 추행 피해자의 나이가 미성년자일 경우엔 아청법 제7조 제3항을 적용해 2년 이상의 유기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같은 법 제20조(공소시효에 관한 특례)에 따라 형사소송법상 공소 시효도 적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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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덕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성범죄에서 흔히 피해자가 무조건 중심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법원은 일반 수준의 사회 통념을 가진 '일반인' 기준에서 성적 수치심이 적용되는지 여부를 따진다"며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다'란 식으로 알려진 것은 과장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병철 법무법인 대한중앙 변호사는 "물론 피해자가 느낀 수치심이 기소 단계에서 경찰 등 수사관의 주요 판단 기준이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재판에 들어가면 수많은 자료와 전후 맥락을 파악하고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법원도 증언을 유일 증거로 인정하던 과거와 달리 경위도 정확하게 살피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병철 변호사는 "전문 마사지숍에서 시술받는 경우엔 사전에 시술 범위를 명확하게 고지한 뒤 동의서를 받는다면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다"며 "일상에서 마사지를 해주거나 받을 땐 당시 상황을 녹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화 당사자 간 녹취는 동의가 없어도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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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호사는 "피해를 본 즉시 지인, 친구 등에 당시 상황을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로 남겨 놓거나, 혹시 성 상담을 받았다면 일지를 확보해놓는 것도 증언의 증거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라며 "다만 '사회 통념' 수준에서의 수치심이란 점을 명심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