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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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원자재 가격 랠리가 이어지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수익률이 치솟고 있다. 임박한 금리 인하는 금·은 등 귀금속 가격 추가 상승을 부추기고, 회복세에 접어든 인공지능(AI) 투자심리가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구리·천연가스 수요를 다시 자극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중동·러시아의 지정학적 불안 영향까지 감안해 관련 상품 하반기 전망을 밝게 내다보고 있다.

‘연속 최고가’에 귀금속 ETF ‘쑥’

19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543.1달러를 기록했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 12일 종가(2504달러) 기준 최초로 2500달러 선을 넘긴 가운데 14일(-1.12%)과 이날(-0.08%)을 제외하곤 0.15~1.82% 상승세를 이어왔다. 전날엔 2545.2달러까지 뛰기도 했다. 지난 16일엔 현물 가격이 2507.28달러로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가를 다시 쓰기도 했다.

통상 금은 금리 인하기에 가치가 높아진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과 달러는 가치저장 수단으로써 경쟁하는데, 이달 초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심화로 달러 약세와 금 가격 상승세가 진행됐다”며 “경기 방어 특성을 지닌 금은 금리 인하 기조 본격화 속 강세 명분을 얻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주요 금 투자 수단인 관련 ETF들은 추가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금 선물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의 수익률은 최근 일주일간 6.36%를 기록했다. ‘KODEX 골드선물(H)’ ‘TIGER 골드선물(H)’도 각각 3.11%, 3.01% 올랐다. 이들 상품의 6개월 수익률은 21.18~41.34%에 이른다.

금 가치 상승은 다른 귀금속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은과 팔라듐 선물 가격이 6.25%, 1.2%씩 오르며 ‘KODEX 은선물(H)’ ‘RISE 팔라듐선물(H)’ 수익률도 각각 6%, 1.69% 상승했다. 은과 팔라듐은 대체 투자자산임과 동시에 산업 금속으로서의 특성도 가진다. 은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정보기술(IT) 제품에 자주 쓰이고, 팔라듐은 매연 저감장치 촉매제로서 수요도 크다. 빅테크 주가 재도약 기대감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수혜도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AI 테마' 천연가스·구리 바닥 다져

최근 조정받던 천연가스와 구리 상장지수증권(ETN) 수익률도 다시 꿈틀대고 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가 낙폭을 대부분 회복하는 등 AI 랠리가 다시 펼쳐지고 있어서다.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천연가스는 빠르고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떠올랐다. 구리는 데이터센터를 이루는 전선과 장비의 핵심 원료다.

‘미래에셋 천연가스 선물 ETN(H)’은 최근 저점을 찍은 지난 5일 대비 10.28% 상승했다. 유럽의 천연가스 수입 감소로 3개월간 22.7% 하락했지만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재점화하며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다. ‘KODEX 구리선물(H)’도 5월 최고점을 찍고 21.84% 하락했다가 최근 일주일 4.27%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천연가스와 구리가 다시 랠리를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북미 최대 천연가스 인프라 업체인 킨더모건은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천연가스 설비 용량 확장 계획을 내놨다. 데이터센터용 전력 발전을 위한 천연가스 공급 요청이 급증해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주 미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주간 상승률이 올들어 최대치를 기록하며 천연가스와 구리 가격도 바닥을 다지고 있다"며 "AI 투자심리가 회복된 만큼 관련 상품 수익률도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시은/맹진규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