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민주당 전당대회의 그림자
더불어민주당이 당 강령에 결국 ‘기본사회’를 넣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강령 전문(前文)에 ‘(민주당은)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를 원한다’는 문장을 추가했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기본사회는 소득 주거 금융 의료 등 기본적 삶을 국가 공동체가 보장한다는 것을 말한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기본사회의 중심엔 ‘기본소득’이 있다. 소득에 상관없이, 일을 하든 안 하든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효과와 실현 가능성, 지속성 등을 놓고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기본소득은 이재명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미래에 과학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극대화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이 감소하고, 소비가 줄어들어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맞지 않게 돼 경기 침체와 사회 갈등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며 기본소득의 불가피성을 강조해왔다.

당 대표나 특정 정치인의 이념을 당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강령 전문에 수록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일각에선 기본사회를 강령에 넣은 민주당의 이번 전당대회를 보면 2017년 10월 중국 공산당의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떠오른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85.40%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당 대표가 연임한 것은 새정치국민회의 시절인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민주당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 전 대통령에 버금가는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공산당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임을 결정할 당시 당대회를 통해 시 주석을 중국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마오쩌둥 반열에 올려놨다.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시 주석의 통치 이념인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삽입하면서다. 현재 공산당 당장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 과학발전관이 들어가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념을 명기할 때 주의-사상-이론-관 순으로 표기하는데, 당장에 포함된 사상은 마오쩌둥에 이어 시진핑이 두 번째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당장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개혁개방의 아버지’로 불리는 덩샤오핑의 이론도 그의 사후인 1997년 제15차 당대회 때에야 추가됐다.

이 대표와 시 주석 모두 자신의 이념을 당의 정신에 새겨넣는 것을 통해 확고하게 당을 장악했다. 하지만 여기에 이르는 과정에선 차이점이 있다. 시진핑 사상을 당장에 넣기로 결정한 당대회를 앞두고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과 중앙위원들 사이에선 상당한 논쟁이 벌어졌다. 국제 정세의 변화에 맞춰 중국만의 고유함을 갖춘 새로운 사회주의를 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일부 위원은 시 주석의 종신 집권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치열한 토론 끝에야 공산당 지도부는 시진핑 사상을 당장에 삽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반면 이번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대회 기간에도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선 강령에 기본사회를 추가할지를 놓고 제대로 된 토론도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목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다. 시진핑 사상은 이듬해인 2018년 중국 헌법에도 명기됐다. 이 대표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다. 대선을 불과 7개월 앞둔 시점이다. 혹여 이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극성 지지자들이 헌법에도 기본사회를 넣자고 주장하고 나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