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금리 시대...시중은행 대출금리, 지방은행 추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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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려는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두 달 새 20번이나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금리는 떨어지고 있는데, 이른바 '관치금리'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비싼 이자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시중은행보다 지방은행의 대출금리가 더 싼 역전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오성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초 이후 가계대출 금리인상을 잠궜던 하나은행도 주택담보대출 상품(하나원큐담보대출)의 감면 금리를 0.6%p 내리면서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에 동참했습니다.
같은 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3%p(5년 고정), 0.05%p(3년물) 올리기로 했습니다.
두 달 사이 5대 시중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20차례나 올렸습니다.
은행 대출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와 금융채 등 기본 금리는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 때문에 떨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본 금리가 떨어지는데도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은행들을 압박한 결과입니다.
당국은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이 연말까지 명목 GDP 성장률을 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는데,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이미 가이드라인 한도에 다다른 상황입니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잔액 증가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 이제는 지방은행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통상 지방은행은 조달금리가 높아 시중은행보다 대출 금리가 높지만 대출 총량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남은 지방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지 않으면서 주담대 금리가 더 낮아지게 된 것입니다.
실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주담대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낮은 3.2~3.3%(최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자 은행 가산금리 인상에 기댄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이 대출량 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옵니다.
[김상봉 /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 대부 자금시장에서 금리가 많이 바뀌어야 대출량이 줄어드는데, 지금처럼 조금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대출이 많이 줄지 않아요. 돈이 당장 필요한데 금리를 올리다고 해서 내가 대출이 필요한 것이 없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이런 가운데 시장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예금 금리는 낮아지는 실정입니다.
일각에서는 이자장사를 비판해 온 정부가 일관되지 못한 금융정책을 추진하면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경제TV 유오성입니다.
유오성기자 osyou@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