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도입된 납품단가연동제 적용 대상 확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원재료뿐 아니라 에너지 가격 인상분까지 납품단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완제품의 원가 부담 상승에 따른 국제 경쟁력 훼손과 대기업의 해외 조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료 인상분까지…'납품단가연동제' 넣겠다는 정치권
19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납품단가연동제 확대에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에너지 비용 상승분 반영을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도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며 “다음달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행 납품단가연동제 적용 대상에는 금, 철, 골재, 시멘트 등 원자재와 엔진, 기계부품, 강철 등 중간재가 포함된다. 해당 생산 요소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일 때 가격 변동에 따라 납품단가를 10%까지 인하하거나 인상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중소기업계는 여기에 에너지 비용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열처리, 금형 등 뿌리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용 에너지 단가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전기와 액화천연가스(LNG), 공장용수 관련 요금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제조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원자재 이상의 부담 요인이 되는 사례가 많다”며 “특히 열처리, 금형 등은 산업용 전기료 급등 영향을 직격으로 받아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면 경영 어려움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 들어 민주당에서만 세 명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도 거세다. 시행 10개월 만에 적용 대상이 확대될 경우 완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 관련 제도 준수만으로도 기업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급격한 가격 변동이 있다는 이유로 연동제 적용 대상에 에너지 비용을 포함하는 것은 제도의 안정성과 수용 가능성을 크게 훼손한다”고 했다.

대기업들이 납품단가연동제를 적용받는 국내 기업 대신 해외 기업과 거래할 유인도 더 커질 수 있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제도를 통해 원가 상승을 강제하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대기업이 국내 수탁 물량을 줄이고, 납품단가연동제를 적용받지 않는 해외 기업과 거래할 유인이 커져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납품단가연동제 확대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처음 입법하던 당시에도 정치권과 정부가 제도 안착 이후에는 적용 대상 확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위가 막 꾸려진 상태라 법안 처리 방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중소기업계가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만큼 여당 입장에서도 반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