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수익률이냐 백기사냐…어깨 무거워진 연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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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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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큰 손'인 연기금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이달 초와 같은 폭락장에서 제대로 방어를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연기금은 운용 수익률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라 '역할론'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3.65% 급락한 지난 2일 개인은 1조6210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480억, 781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어 8.77% 폭락한 지난 5일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5240억원, 2690억원을 팔았고, 개인은 반대로 1조6940억원을 사들였다. 이틀 사이 코스피지수가 12.42% 급락할때 개인은 3조원 넘게 매수한 반면,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1조원 이상 매도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 업계 일각에선 연기금이 제때 증시 방어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기금은 패닉장세가 진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 6일(2370억원), 7일(320억원), 8일(850억원), 9일(340억원), 12일(40억원) '매수'로 돌아섰다. 투자업계의 한 인사는 "중국의 경우 지수 급락시 '궈자두이'라는 민·관 금융기관이 등판해 증시를 떠받친다"며 최근 연기금의 행보에 대해 아쉽다는 의견을 내놨다.

연기금은 규모가 큰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무원연금공단, 우정사업본부 등이 주요 기관투자자로 꼽힌다. 과거 증시가 흔들릴 때 대규모 매수로 구원투수 역할을 했으나 최근엔 사뭇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수익률 제고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2022년 전 세계적인 금리 상승 국면에서 역대 최악의 수익률(-8.22%)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지난해 13.59%의 수익률을 내며 만회했지만, 기금 고갈 우려 등 여전히 부담이 큰 상황이다.

최근 국민연금이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른 2025년 말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국내주식 14.9% △해외주식 35.9% △국내채권 26.5% △해외채권 8.0% △대체투자 14.7%다. 해외주식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올해 5월 말 기준 기금 적립금은 1113조512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해외주식 비중은 전체 자산의 33.86%에 이른다. 2022년 27.05%에서 지난해 30.93%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년 사이 비중이 6.81%포인트 증가했다. 국내 주식 비중은 같은 기간 14.08%(2022년)에서 올해 13.45%로 0.63%포인트 감소했다.

국민연금은 다음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신규 해외 사무소를 개소하고 적극적으로 해외 유망 투자처를 발굴할 계획이다. 뉴욕, 런던, 싱가포르에 이어 네번째 해외 기지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는 여러 테크 기업들이 많아 교류에 용이한 측면이 있다"며 "해외투자, 대체투자 등 수익률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