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임대철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임대철 기자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8만원선을 하루만에 다시 내줬다. 폭락 이후 가팔랐던 반등세가 꺾인 가운데 증권가 전망은 갈린다. 우선 반도체를 비롯한 실적 대비 저평가 업종과 낙폭 과대 업종에 대한 트레이딩(단기 매매)을 해볼 만하다는 낙관론이 있다. 반면 하락장의 진입 조짐이 여럿 나타나 기존 주도주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900원(2.37%) 내린 7만8300원으로 마감됐다. 직전 거래일인 16일(종가 8만200원)에는 2주 만에 8만원선을 회복했지만, 곧바로 내려앉았다.

엔비디아가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하는 등 지난 주말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나쁘지 않았지만,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매물을 쏟아냈다. 전날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15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미반도체(이하 순매도액 269억원), SK하이닉스(230억원) 등도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폭락장 이후 가파르게 반등한 만큼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폭락장(8월5일) 이후 지난 16일까지 삼성전자는 12.32%, SK하이닉스는 27.93%, 한미반도체는 24.46%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폭락장 이후 10% 이상 반등한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현대차(13.84%) 뿐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까지는 조정이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2630~2640선까지 하락할 수 있지만, 다음달엔 2750선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실적 대비 저평가된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 낙폭이 컸던 철강과 2차전지와 에너지·화학 업종을 단기매매할 만한 업종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현지시간 19~22일)에서 해리스 후보의 경제 정책이 부각되고, ‘해리스 트레이드’가 부상할 경우 주목받을 대표업종들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컨퍼런스보드의 미국 경기선행지수 부진 △증시 하락 때의 거래량이 반등 때보다 많은 점 △주식시장 하락으로 연결된 사례가 많았던 장·단기 금리 역전 폭 축소 현상 등을 근거로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위험 관리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원숭이와 펀드매니저의 주식투자 수익률 시합에서 원숭이가 이겼다는 ‘원숭이와 펀드매니저의 주식투자 수익률 시합’ 일화를 소개하며 “(하락장에 진입한 이후에도) 투자자들은 주도주에 대해 일정 기간 편향된 시각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증시에서 유명한 이 일화는 완전경쟁시장에서는 어떤 초과 이익도 취할 수 없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강 연구원은 이 실험이 닷컴버블 붕괴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버블이 붕괴되는 시기에도 투자자(펀드매니저)들은 주도주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졌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인공지능(AI) 산업에도 붙는 수식어인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성장성을 의심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하락장에선 주도주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강 연구원은 “주도주가 상·하방으로 널뛰는 변동성 확대를 할인매수의 기회로 삼기보다 할증 매도의 기회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