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 둔화에 유가 2% 하락…80달러선 아래로 [오늘의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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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영향으로 2% 가량 하락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대립이 교착 상태에 빠지며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 원유는 배럴당 80달러 이하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1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대비 1.51(1.9%) 하락한 배럴당 76.65달러에 장을 마쳤다. 브렌트유 10월물 가격도 전일 대비 1.36달러(1.7%) 하락한 79.68달러에 마감했다.
19일 국제 유가 (자료=오일프라이스)
19일 국제 유가 (자료=오일프라이스)
국제 유가 하락은 전날 발표된 중국 경제 지표가 암울한 성적을 거둔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경제 지표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성장세를 잃었다. 중국 70대 주요 도시의 7월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9% 하락해 9년만에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했다. 7월 중국의 부가가치 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5.1% 늘었다. 시장 예상치(5.2%)를 밑도는 둔화세다. 올 7월 청년 실업률은 17.1%를 기록했다. 전달 대비 3.9% 오른 데다 지난해 12월 새 통계방식을 적용한 이후 경신한 최고 기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일제히 중국의 경제 약세를 이유로 올해 석유 수요 증가세 예측치를 낮췄다. 중국은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이다. OPEC은 지난 12일 2024 원유 수요 전망치를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낮췄다. 디젤 소비 감소로 인해 중국 내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OPEC은 월간 보고서에서 2024년 세계 석유 수요를 일일 평균 211만배럴 가량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달 월간 보고서에서 예측한 일일 평균 225만 배럴 증가보다 대폭 감소한 수치다.

IEA는 지난 13일 발표한 월간 석유 보고서에서 올해 일일 석유 소비량은 97만배럴로 유지했지만, 내년 일일 석유 소비량은 95만배럴로 소폭 낮췄다. IEA는 "중국의 약한 성장이 현재 전 세계적인 성장도 지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IEA는 중국의 수요 감소는 미국이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덧붙였다. 미국은 전 세계 가솔린 소비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이 당분간 유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이스마엘 하니예 하마스 최고지도자가 이란에서 살해당한 이후 긴장이 고조돼 국제 유가는 크게 뛰었지만 이후 실질적 보복 조치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사건 직후인 지난달 31일에 80달러선까지 뛰었던 브렌트유는 다시 80달러 아래로 내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자지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 휴전 합의를 끌어내려는 중재국들의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서다.

시장 데이터 제공업체 옵션 메트릭스의 기고가인 브렛 프리드먼은 "적어도 공급 중단에 대한 우려는 실제보다는 이론적인 수준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는 석유 시장이 불안정한 주였다"며 "중동 전쟁으로 공급 중단을 우려하면서도 중국의 성장 둔화로 인해 수요 예측이 수정됐다"고 말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