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에서 수출용 차량들이 선적되고 있다. /사진=강은구 기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에서 수출용 차량들이 선적되고 있다. /사진=강은구 기자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공식 협상이 20∼2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다. 2019년 협상이 중단된 지 5년 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부터 23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말레이시아 FTA 체결을 위한 4차 공식 협상이 열린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협상엔 양국 대표만 60여명이 참여한다.

이번 협상은 2019년 9월 제3차 공식 협상 이후 약 5년 만에 재개되는 첫 공식 협상이다. 당시 정부는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비롯해 말레이시아까지 신남방 3국과의 FTA 체결을 추진했지만 핵심 분야에 대한 이견 끝에 연내 타결엔 이르지 못했다.

이후 인도네시아와는 2020년 FTA와 유사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를, 필리핀과는 2023년 FTA 체결하며 결실을 거뒀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당시 마히티르 빈 모하맛 총리 정부의 자국 시장 보호 정책 기조 속에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양국은 기존에 협상 중이던 상품 분과에 서비스, 투자, 디지털, 그린, 바이오 등 분과를 추가해 시장 개방과 신통상 규범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FTA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이미 2007년 한국-아세안 FTA, 2019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90% 이상의 상품 품목의 관세가 철폐된 상태다. 하지만 양측의 이해가 가장 엇갈리는 핵심 품목들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돼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각국의 주요 수출 품목 중 아직 양국간 관세가 철폐되지 않은 대표적인 품목은 한국은 자동차와 철강, 말레이시아는 합판 등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국가 중 자국 자동차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는 유일한 국가다. 말레이시아 자동차 시장은 자국 업체인 페로두아(Perodua)와 프로톤(Proton)이 주도하고 있다. 두 업체의 점유율이 60~70%에 달한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차도 말레이시아에선 두 업체에 밀린다.

말레이시아 자동차공업협회(MMA)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말레이시아 시장 점유율은 0.2%로 20위권 밖이다. 일본 업체들이 아세안 지역에 대규모 공장을 두고 아세안 역내 FTA를활용해 무관세를 적용 받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산업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포괄적 FTA가 성사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아세안 진출은 보다 힘을 받을 전망이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한국과 교역 3위, 투자 4위 국가로, 천연자원이 풍부해 한국과는 상호 보완적인 국가다.

산업부 관계자는 "FTA가 체결될 경우 우리나라의 아세안 교역·투자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