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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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등 범죄 조직의 수익금을 유통할 수 있도록 도운 가상계좌 유통 조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가상 계좌 7만여개가 제공됐는데, 이는 그간 적발된 규모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홍완희)은 가상계좌 유통조직 총책 등 4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기 방조 등 혐의로 입건해 이 중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보이스피싱 및 불법 도박사이트 등 범죄 조직에 가상계좌 7만2500개를 제공하고 조직의 사기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가상계좌란 결제대행사가 보유한 모(母)계좌에 연결된 입금 전용 임시계좌를 말한다.

이들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가상계좌 유통 목적의 유령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결제 대행사가 보유한 시중 저축은행 가상계좌 관리 권한을 취득해 보이스피싱 및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에 가상계좌를 제공했다.

결제 대행사가 은행에서 발급받은 가상 계좌를 유통조직에 제공하면 유통 조직이 범죄 조직에 가상계좌를 다시 제공하는 식이었다. 이들은 범죄조직에 제공한 가상계좌를 통해 5900억원대 불법 자금을 관리해주고, 약 11억206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역할 분담하에 조직적으로 범행을 벌였다. 가상계좌 판매업을 하던 피고인 A 씨가 가상계좌 유통을 위한 유령법인 설립 및 결제대행사와의 계약체결 등 범행 기반 조성을 담당했다. 대포통장 유통업을 하던 조직폭력배 출신 피고인 B씨 등은 가상계좌 유통망 마련을 맡았다.

간단한 절차를 통해 사실상 무한대로 개설한 가상계좌의 특성을 이용했다. 가상계좌는 일반 계좌와 달리 실명 확인 의무 등이 없어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가상계좌가 신고되더라도 모계좌 전체가 지급 정지되지 않는 특성을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이 가상계좌를 통해 불법 자금을 이체해 얻은 범죄이익 박탈을 위해 현금 및 관련 계좌 등에 대해 추징보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가상계좌 불법유통의 실태와 관리상의 문제점, 결제 대행사에 대한 관리·감독 필요성 등을 금융당국과 공유해 범죄 예방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