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약통장 가입자를 위해 금리 인상, 세액공제 확대 등 혜택을 늘리고 있지만 청약통장 가입자는 1년 새 34만 명이나 줄었다.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와 청약 경쟁률이 갈수록 치솟자 실수요자 사이에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나오고 있어서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48만986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2550만6389명)보다 1만6526명 줄어들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4만7430명 감소했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2022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19개월 연속 줄었다가 올 들어 3월까지 증가했다. 이후 3월 2556만8620명, 4월 2556만3570명, 5월 2554만3804명 등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정부는 6월 청약통장 납입 인정 한도를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리는 등 청약통장 가입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최근엔 연 2.8%에 불과하던 금리를 연 3.1%까지 높였다. 내년 1월부터는 청약저축 가입자 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이면 저축액(연 300만원 한도)의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혜택에도 청약통장의 실효성이 없다고 여기는 실수요자가 느는 추세다. 특히 기존 1순위 청약 가입자조차 청약통장을 깨고 있다. 지난달 청약통장 가입자 중 2순위 청약자는 0.41% 증가했지만, 1순위 통장 가입자는 0.32% 감소했다.
청약 경쟁률이 뛰고 가점 만점자도 많다 보니 1순위 청약자가 매매 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는 84점 만점 통장이 3개 나왔다. 최저 가점은 1개 주택형(69점)을 제외하면 전부 70점을 넘겼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 부양 가족 수, 통장 가입 기간 등으로 산정한다. 7인 이상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이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맞먹을 만큼 오르자 ‘로또 청약’에 거는 기대도 쪼그라들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역대 최고인 4401만7000원이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인상,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더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고분양가 때문에 청약을 기다리다가 매매로 넘어가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통장 유지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