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장벽 없앤 연구, 글로벌 학회서 통했죠" [긱스]
세계 최고 권위의 인공지능(AI) 학회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술대회(CVPR)’. 요즘은 한국 연구자들이 이 행사의 단골이다. 지난 6월 열린 올해 CVPR도 마찬가지였다. 기업과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AI와 관련한 연구 성과를 앞다퉈 내놓았다. 민간 연구 조직인 모두의연구소에서 다섯 편의 AI 연구 논문을 선보인 점도 눈에 띄었다.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구성된 연구 모임에서 CVPR에 초청된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사진)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시로 하는 연구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공부하면 성과가 잘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모두의연구소에선 나이, 학력 등에 차별 없이 누구나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 참여자가 연구 조직을 직접 꾸리는 ‘랩’, 스터디 모임 ‘풀잎스쿨’ 등 자율적인 방식으로 이공계 대학 수준 이상의 공부와 연구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AI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많다. 모두의연구소에서 연구 공간,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구 인프라를 제공한다.

LG전자 연구원 출신인 김 대표가 2015년 모두의연구소를 세웠다. 김 대표는 “해외 학회에서 발표할 논문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1인당 최대 200만원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세운 재단법인인 브라이언임팩트가 관련 비용을 후원하고 있다.

김 대표는 “모두의연구소에선 어떤 연구도 가능하기 때문에 동기 부여와 스스로 연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AI를 공부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해외 학회에서 발표한 연구자도 나오기도 했다. 이 기관에선 2015년부터 2023년까지 822개의 연구 모임이 만들어졌다.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60개의 논문이 각종 학회에서 채택됐다.

모두의연구소는 교육 사업도 진행 중이다. AI·소프트웨어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AI 학교 아이펠’ ‘오름캠프’ 등을 운영 중이다. 모두의연구소의 교육 프로그램은 다른 코딩 교육업체와 다르다. 강의 콘텐츠만 일방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AI 전문 멘토가 옆에서 도와주는 커뮤니티 기반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업계에선 ‘아이펠 출신’이라고 하면 스스로 답을 찾는 훈련이 된 인력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모두의연구소는 최근 기업 직원 대상 소프트웨어 교육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AI미래포럼과 손잡고 AI 문해력(리터러시) 강화를 위한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AI 기술 수준과 서비스의 발달에도 한국인의 AI 활용도가 낮다고 판단해서다. 미래포럼 대표 의장을 맡아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 심승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데이터연구단장 등과 함께 AI 기술 대중화를 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AI미래포럼은 올해 ‘AI 토크 콘서트’ ‘지역으로 찾아가는 AI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챗GPT 같은 고성능 AI 서비스가 나왔는데 정해진 답만 공부하는 교육 시스템으로는 큰일이 날 것 같아 AI 기술 대중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