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9%. 현대자동차 튀르키예 공장(HAOS)의 올 상반기 가동률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운영하는 세계 13개 공장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큼지막한 내수시장(인구 8000만 명)과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지난해 4.5%)에 힘입어 튀르키예의 자동차 구매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현대차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요충지에 자리 잡은 튀르키예 공장을 신시장 공략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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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상반기 튀르키예 공장에서 12만2400대를 생산했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이 10만2100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동률이 119.9%인 셈이다. 현대차의 국내 공장(109.1%)은 물론 미국(101.0%), 인도(98.6%) 공장 등을 훌쩍 뛰어넘는다. 기아의 국내 공장(114.9%)과 미국 공장(100.9%)보다도 높다.

가동률은 통상적인 근무 인원과 작업 시간을 토대로 설정한 생산 목표 대비 실제 생산량으로 산출한다. 주문이 쏟아져 주말이나 야간에 특근을 하면 가동률이 100%를 넘어서게 된다. 올해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튀르키예 공장의 생산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도 높은 가동률에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튀르키예 공장에서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 판매하는 소형 해치백 i10과 i20, 고성능 소형 해치백 i20N,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베이온 등 4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은 2021년 출시한 베이온이다. 튀르키예는 물론 이스라엘과 카자흐스탄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베이온의 글로벌 판매량은 2021년 2만243대에서 지난해 5만9136대로 3년 동안 두 배 넘게 뛰었다. i20의 고성능 모델인 i20N을 기반으로 제작한 경주용 차가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잇달아 우승한 것도 현대차 인기에 힘을 보탰다.

1997년 연간 10만 대 생산 규모로 설립한 이곳은 ‘현대차 1호 해외 공장’이란 타이틀과 함께 한동안 ‘미운 오리 새끼’란 별명이 함께 붙었다. 튀르키예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2010년대 초반까지 수년간 적자에 허덕였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해법은 ‘공격 경영’이었다. 2013년 생산능력을 20만 대로 늘리고, 인도 공장에서 제조하던 i10 등의 생산 라인을 이곳으로 돌렸다. 이후 튀르키예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생산량은 2020년 13만7100대에서 지난해 24만2100대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튀르키예 공장은 지난해 매출 3조218억원에 순이익 1985억원을 기록했다.

튀르키예는 큼지막한 내수시장을 거느린 ‘뜨는 시장’이다. 동시에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현대차가 튀르키예 공장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이르면 내년부터 튀르키예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소형 전기차에 들어가는 구동 모터 코어를 내년부터 2034년까지 현대차 튀르키예 공장에 55만 대 분량을 공급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