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0일 “금융권의 소상공인 지원은 상환 능력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과도한 빚 의존’이 금융시스템을 흔들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련 대출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19개 은행 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연 첫 은행권 간담회에서 “소상공인 부채가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은행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취임 직후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과도한 부채 의존 해결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소상공인 대출 잔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에 비해 380조원 불어났다. 팬데믹 시기에 시행된 만기 연장 등 지원책 효과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소상공인 대출 연체율마저 급등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소상공인에게 맞춤형으로 상환 부담을 덜어주려면 차주의 상환 여건을 가장 잘 아는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상환 능력을 고려한 부채 관리를 시스템으로 내재화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 보자”고 제안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은 차주의 연 소득을 기반으로 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고 있지만 자영업자대출을 포함한 기업대출은 이런 장치가 없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이 예대마진과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전통적 영업모델을 탈피하고 디지털·데이터 경제로의 전환, 인구 구조 변화 등에 따른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어 가는 데 진력해달라”며 “은행권의 혁신 노력에 장애가 되는 규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걷어내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추진 중인 신사업 사례를 언급하면서 “혁신적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비금융회사 지분 취득 규제 완화, 금융지주 내 계열사 간 데이터 공유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지방은행장들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과 지방은행 간 협업 촉진을 제안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