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린동 SK이노베이션 사옥. / 사진=임대철 한국경제신문 기자
서울 서린동 SK이노베이션 사옥. / 사진=임대철 한국경제신문 기자
국내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들에게 불리하다며 기관투자자들에게 합병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21일 서스틴베스트는 "동일한 최대주주를 둔 상장회사 SK이노베이션과 비상장회사 SK E&S 간 합병 과정에서 이해상충 이슈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합병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들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산정됐다"며 "중장기적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을 따르고 있어 법 위반은 아니다. 다만 이사회 결의일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6으로 역사적 저점에 있고 동종업계 PBR을 크게 밑도는 수준에서 합병가액이 산정돼 회사의 주식가치를 적절히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서스틴베스트는 'SK E&S의 상대적 합병 가치를 고려 시 시가 적용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SK이노베이션의 입장에 대해서도 "합병비율 측면에서 분명 자산가치 적용이 유리하며 최선임에도 불구하고 시가 적용을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회사의 전체 주주 관점에서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준시가 또는 자산가치 중 어느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는지에 따라 지배주주인 SK와 일반주주의 합병회사에 대한 지분율 차이가 8%포인트 이상 발생하는 만큼 이해상충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이번 거래의 이해상충 문제로 SK이노베이션의 일반주주가 받을 수 있는 영향이나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사회의 노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고, 이를 고려할 때 회사의 일반주주 권익을 고려하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기업가치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충실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장기적인 주주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이번 합병계약은 주주가치 제고보다 훼손 우려가 크다는 게 서스틴베스트 측 입장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과거 계열사 간 합병 등에서 일반주주 이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라며 "기업 밸류업 정책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관점까지 고려하는 것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