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입주 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치솟는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과 인접 지역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8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굴하는 내용을 대책에 담았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내곡공공주택지구 인근 그린벨트 모습. /이솔 기자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입주 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치솟는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과 인접 지역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8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굴하는 내용을 대책에 담았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내곡공공주택지구 인근 그린벨트 모습. /이솔 기자
정부가 급등하는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8·8 주택공급대책’을 내놓았다. 재건축·재개발의 법적 용적률 상한 규제를 완화하고, 아파트 수요를 대체할 비(非)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8만 가구를 지을 수 있는 공공택지를 조성하는 내용도 담겼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대책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고 신규 택지를 조성하더라도 즉각적인 주택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오피스텔 등 소형 비아파트에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고 한 만큼 서울 주요 지역 비아파트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각종 규제 완화 조치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건축 밀어주고 비아파트에도 혜택

정부의 이번 공급 대책은 크게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수도권 공급,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로 나뉜다.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 획기적으로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게 공통점이다.

우선 정부는 서울에서 추진 중인 38만 가구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사업 과정에서 단계마다 수립해야 하는 계획을 통합 처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통합하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절차도 함께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절차 단축을 통해 재건축 사업 소요 기간이 약 3년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8 대책' 수도권 공급 늘린다…집값 상승세 잡힐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추진하고, 용적률 등 건축 규제는 완화한다. 정부는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역세권에서 최대 1.3배, 일반지역에선 1.1배까지 추가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서울과 인접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해 올해 5만 가구와 내년 3만 가구 등 총 8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신규 택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빌라, 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청약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전용면적 60㎡ 이하, 취득가격 6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생애 최초로 구입 시 취득세 감면 한도를 기존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한다. 비아파트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청약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아파트 범위를 전용 60㎡ 이하에서 85㎡ 이하로 확대한다. 무주택으로 취급하는 주택의 공시가격 기준은 수도권은 1억6000만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지방은 1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높인다.

○아파트 매수 심리 진정될까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수도권에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만큼, 매수심리를 일부 안정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등은 국회의 문턱을 통과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신규 택지 조성이나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에 상당한 시간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집값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32% 오르며 21주째 뜀박질했다.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5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값도 0.08% 올랐다.

준공 10년 이내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용 112㎡는 공급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 10일 44억원에 손바뀜했다. 5월 기록한 같은 면적 직전 최고가(40억8000만원)를 3억2000만원 웃돌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정부의 이번 공급 대책으로 전세에서 자가로, 빌라에서 아파트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가 일부 복원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은 아파트보다 공사 기간이 짧아 단기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도심 비아파트 전세 시장에 추가 공급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청약 수요자가 먼저 빌라 등을 사서 거주한 뒤 가점을 쌓는 것도 관심을 끈다. 청약에서 무주택으로 취급하는 비아파트 주택의 공시가격 기준이 기존 수도권 1억6000만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서울 내 8억~9억원 상당의 빌라와 다세대주택(공시가격 5억원 이하) 보유자에게도 청약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요가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하철역과 가깝고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단지형 빌라 등을 사는 것도 내 집 마련의 주요 방안”이라며 “환금성을 고려해 손바뀜이 비교적 활발한 곳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번 대책에서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에서 추가로 허용하기로 하면서 일부 재건축·재개발 지역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향후 규제가 완화되면 역세권 정비사업에서 용적률을 최대 390%까지 적용할 수 있어 사업성 문제로 멈춘 단지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국회에서 법 제정을 거쳐야 해 입법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