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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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장은 2019년 금리 인하 당시와 닮았습니다. 곧 ‘저가 매수’의 기회가 옵니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14일 “다음 달부터 미 대선 전까지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조정이 오면 주가 잠재력이 큰 방산과 원전, 엔터주를 담아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당시 이른바 ‘삼천피 장세’를 예측해 ‘동학개미의 스승’이란 별명을 얻은 그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인피니티투자자문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을 거친 26년 차 주식 운용역이다. 2021년 체슬리투자자문을 설립해 2000억원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방산 대장'들의 치솟는 영업이익률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사진=최혁 기자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사진=최혁 기자
박 대표는 이달 전개된 주요 지수 급락 장세에 대해 “3개월 전부터 앤캐리 트레이드의 영향력이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말해왔다”고 했다. 그가 주요 투자 지표로 삼는 원·엔 환율이 800원 후반에 머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원·엔 환율은 지난 5일 950원대까지 치솟았고, 아시아 증시에는 폭락장이 찾아왔다. 다만 박 대표는 “미 고용지표가 아직 최악으로 치닫지 않았고, 일본은행(BOJ)도 비둘기파적으로 돌아선 상태라 이번과 같은 급락이 다시 찾아오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불안한 장세 뒤엔 오히려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1년 닷컴 버블 초입,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19년 글로벌 금리 인하를 놓고 보면 한 번은 샀어야 했고, 두 번은 팔았어야 했다”며 “샀어야 했을 때가 실업률이 3.7%에 머물렀던 2019년”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하도 실업률이 5%에 못 미치는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당시와 유사한 환경이라는 평가다. 박 대표는 “당시에도 금리 인하 전달인 8월에 나스닥지수가 3% 넘게 빠지는 날이 세 번 나온 뒤, 인하 후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증시가 올랐다”며 “다만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기 때문에, 10월까지 매수·매도가 부딪히며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11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의 랠리를 예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리 담아둘 업종으로 방산을 꼽았다. 박 대표는 “방산업체는 수주 실적과 영업이익률을 살펴야 하는데, 이젠 과거와 체질 자체가 달라졌음을 느낀다”며 “과거 납품처가 국방부뿐일 때는 마진을 5%도 못 남겼는데, 최근의 해외 수출 건은 20% 이상도 기록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우량 방산주 중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9.6%), LIG넥스원(8%)은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같거나 소폭 증가할 전망인데, 현대로템(9.4%)이 특히 3.6%포인트가 늘 것으로 보여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박 대표는 원전주를 “차기 방산주”라고 언급하며 “경기 민감도가 클 때는 B2G(기업·정부 간 거래) 종목이 방어주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최근 한 달 한전기술(-12.97%), 한전KPS(7.66%) 등 관련주 주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내년까지 장기 전망은 밝다는 평가다.

엔화 가치 오르면 엔터株도 달린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사진=최혁 기자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사진=최혁 기자
엔터 업종도 박 대표의 주요한 관심사다. 국내 ‘엔터 4대장’ 주가는 최근까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올들어 하이브(-32.51%), JYP엔터테인먼트(-50.39%), 에스엠엔터테인먼트(-30.44%), YG엔터테인먼트(-27.23%) 등이 큰 폭으로 내렸다.

하지만 그는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가 좋아하는 유형의 주식 두 가지가 고성장주와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주”라며 “엔터주는 내년을 장식할 대표적 실적 개선주”라고 평가했다. 일종의 수출주인 엔터 종목은 각국 대선이 있는 시기 사업 확장이 어려워 올해 실적이 악화했지만, 미국 대선 직후부터는 시가총액 순으로 날개를 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승하는 엔화 가치가 기업들 주가 상승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대표적으로 JYP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300만 장의 앨범을 일본에 판매하는 등 소속 아티스트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주식은 안 되고 미국 주식은 된다는 일반화의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선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핵심 우량주를 사면서 국내선 테마주만 베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인텔이나 테슬라 사례처럼 미국 주식의 급락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국내 대형주 중에서도 독보적 경쟁력을 지닌 곳은 많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기업 실적의 특성만큼은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각 분야 ‘글로벌 1등주’가 포진한 미국과는 달리, 제조업이 많은 국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업황 사이클을 숙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반도체 실적 악화가 극에 달하면 주가 상승이 시작되고, 이익이 많이 나오면 매도가 시작된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