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 '7대 귀빈'이 아닌데도 VIP 대접을 받고 싶다면
키아프와 프리즈가 가까워져 오니, 메일함에는 서울아트위크 기간에 열리는 파티 초대장과 아트페어에 출품하는 작품 리스트가 들어있는 프리뷰로 가득하다. 메일을 하나씩 열어가며 스케줄과 컬렉팅 위시리스트를 채워본다. 이제는 더 이상 키아프(KIAF) 팀장도 아니고, 박봉 월급쟁이 컬렉터지만, 오랜 시간 꾸준히 갤러리와 아트페어를 찾아다닌 덕분에 감사하게도 여기저기서 불러준다.

키아프와 프리즈가 함께 하는 을지로, 청담, 삼청, 한남 나이트와 더불어 올해는 미술관과 옥션, 미디어들도 서울아트위크 기간에 맞춰 많은 행사를 연다. 그 규모와 숫자가 홍콩 아트위크나 상하이 아트위크 못지않다.
아트페어 '7대 귀빈'이 아닌데도 VIP 대접을 받고 싶다면
일반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많지만 대부분 아트페어 기간에 열리는 행사는 VIP를 대상으로 한다. 서울아트위크를 더욱 알차게 보내려면 아트페어 VIP가 되는 것이 좋다. 아트페어 VIP가 되기 위해서는 아트페어와 갤러리가 어떻게 VIP를 선정하고 관리하는지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트페어에서 관리하는 VIP는 크게 7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해외 초청 VIP

해외 초청 VIP는 아트페어에서 초청하는 주요 인사들이다. 해외 미술관 관장이나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컬렉터, 그리고 작품 구매력이 매우 높은 수퍼 리치가 해당한다. 아트페어는 이들을 초청하여 아트페어의 격을 높이고 작품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VIP 릴레이션팀에서 가장 중요하게 관리하고 또 적극적으로 아트페어에 초청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컬렉터들이기도 하다.

2. 패트론

미술관에서 패트론은 이름 그대로 후원자의 성격이 더 강하지만 아트페어서 패트론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아트페어 운영에 관여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패트론과 조직위원이 동일한 성격을 띤다. 이들은 초청 VIP보다 더욱 아트페어에 애정을 갖고 물심양면 도움을 준다. 아트바젤은 그들의 패트론을 웹사이트에 오픈해 놓았다. 그들은 아트바젤의 권위를 보여주며, 많은 컬렉터는 그들과 나란히 서고 싶어 아트바젤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ART BASEL Global Patrons Council

3. 대사관 / 문화원

인터내셔널 아트페어인 경우 대사관과 문화원도 매우 중요한 VIP이다. 해외갤러리가 참여하였을 경우, 해당 국가의 대사관과 문화원이 참석한다. 대사관이나 문화원의 대표가 개막식에 참석할 경우, 해당 국가를 잘못 호명하거나 누락하면 상당한 컴플레인이 발생하니 정성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비슷한 계열로 AMCHAM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같은 단체도 중요하게 관계한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 기업들 역시 아트페어에는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4. 정부 관계자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와(이하 예경) 서울시, 강남구청과 같은 관련 부처의 관계자들도 초대 VIP에 해당한다. 그리고 아트페어 평가를 위해 예경에서 오는 평가위원들과 작품 구입을 위해 오는 미술은행/정부미술은행 관계자들 역시 중요하다. 이들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암행평가를 하므로 별도의 리스트업은 불가하기 때문에 문체부나 예경과 같은 기관 이름으로 일정 수량의 VIP 초대권을 발행한다.

5. 미술관, 박물관, 재단, 협회

미술관과 박물관, 문화재단과 미술 관련 협·단체들의 대표들 역시 초청한다. 위 기관과 단체들 역시 작품 구입에 잠정적인 기대 고객들이며, 미술관은 아트페어에 참가한 갤러리들과 전시를 연계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갤러리들은 얼마나 많은 미술관 관계자가 아트페어에 방문했는지도 예민하게 보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 키아프에서 컬처럴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미술관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였으며, 다른 아트페어들 역시 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관련 협·단체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6. 후원사 / 협찬사

아트페어에 후원/협찬사는 협약에 의해 정해진 수량에 VIP를 제공한다. 많은 기업과 금융사, 명품브랜드는 아트페어에 후원, 협찬을 하여 그들의 가치를 재고한다. 후원사/협찬사는 아트페어에서 받은 VIP 초대권을 통해 자신들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VIP 초대권 밸류에 따라 제공되는 초대권의 수량과 후원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아트페어는 VIP 초대권에 많은 베네핏을 넣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VIP 초대권의 밸류는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갤러리의 퀄리티이다.

7. 프레스

키아프와 프리즈의 티켓의 밸류가 엄청나게 높아지기 전에는 대부분 기자는 아트페어 입구에 마련된 프레스 등록 데스크에서 명함이나 기자증을 제시하면 입장권을 제공받았다. 심지어 문화부와 관련 없는 정치, 경제, 사회부까지도 제한 없이 제공하는 편이었다. 다른 아트페어 대부분은 여전히 비슷한 프레스 입장 정책을 쓰고 있다. 하나라도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작은 아트페어들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아프와 프리즈의 동시 개최 후 프레스 사전 등록을 통해 승인된 기자들에 한해 입장권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의 촬영 요청도 많아져 검증을 거친 후에 입장권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다.
2023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
2023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
자신이 위에 분류에 해당한다면 아트페어 측으로 직접 VIP 초대권을 요청해 보아도 된다. 해당이 안 된다면 별도의 멤버십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아트페어는 충성도 높은 고객군을 직접 관리하고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멤버십에 등록하면 VIP 초대장 이외에도 연간 갤러리 투어나 스튜디오 비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폭 넓은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갤러리로부터 VIP를 제공받는 방법도 있다. 아트페어는 갤러리에게 한정된 수량의 VIP 초대권을 제공한다. 아트페어마다 차이가 있지만, 갤러리별로 VIP 등록 시스템을 만들어 모바일이나 이메일로 발송할 수 있게 되어있다.

갤러리는 아트페어로부터 받은 VIP 초대권을 컬렉터들에게 보내준다. 갤러리들은 개인 컬렉터들을 많이 초대하는 편이다. 갤러리가 초대하는 컬렉터들은 크게 두 분류이다. 갤러리에서 구매 이력을 가진 컬렉터이거나 추후 작품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셀럽, 인플루언서 등이 그 대상이다. 갤러리들은 그들에게 VIP 초대권과 아트페어에 출품될 작품 리스트를 사전에 보내어 판매를 권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운 시기에 작품을 구입한 컬렉터와 오래도록 갤러리와 관계를 유지한 컬렉터들에게 우선적으로 VIP 초대권을 보내주게 된다. 아트페어에서 제공되는 VIP 초대권은 한정적이라 모든 컬렉터에게 발송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갤러리에 작품 구입 이력도 없고, 방문한 적도 없는데, 아트페어 때만 VIP 초대권을 요청하는 컬렉터가 있다면 갤러리는 매우 난처하다.

갤러리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면 좋다. 갤러리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사실 쉽다. 갤러리가 전시하는 작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갤러리의 간판인 대표 작가 작품만을 구입하기 위해 연락을 하고 싶겠지만, 다루는 작가 중에 아직 상업적으로는 가치가 없더라도 갤러리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을 유심히 찾아보라. 그러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를 찾아가는 즐거움도 알게 되고, 갤러리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갤러리스트들은 친해질수록 좋다. 평소 친분이 있던 갤러리2 정재호 대표님은 내가 마음에 든 작품이 이미 팔리고 없어 아쉬워하자, 거의 1년 반 후에 열린 작가의 다음 개인전에 나올 작품 중에 내가 마음에 들어 했던 작품과 비슷한 무화과가 들어간 작품이 출품되자 내 생각이 났다며 미리 연락을 주시기도 하셨다. 내가 아는 한 갤러리스트들은 친절하고 섬세하다.
(차례대로) 당시에 구한 전현선 작가의 무화과 드로잉과 화랑미술제에서 구입한 전현선 작가의 초기작
(차례대로) 당시에 구한 전현선 작가의 무화과 드로잉과 화랑미술제에서 구입한 전현선 작가의 초기작
하지만 미술 업계에 있지 않는 사람들은 갤러리스트는 친해지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다. 높은 리셉션 데스크 너머에 도도하게 앉아 자기 일만 하는 갤러리스트에게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불쑥 찾아가 말을 걸면 안 받아 줄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다. 그래서 그런 초보 컬렉터들에게는 아트페어가 절호의 기회다.

아트페어에서 평소 관심 있던 갤러리를 찾아가라. 아트페어에서는 문턱 높아 보이는 갤러리도 오픈 마인드로 받아준다. 그날만은 모든 갤러리가 워크인으로 처음 만날 고객을 기대하며 만날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아트페어에서 안면을 트고, 평소 꾸준히 갤러리를 방문하라. 그러면 내년에 서울아트위크 기간에는 프리즈와 키아프에 참여하는 갤러리로부터 VIP 초대권과 작품 리스트가 들어간 프리뷰를 받게 될 것이다.

박준수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