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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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에 쏘인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퉁퉁 부어있어요. 항생제 주사만 6번 맞았는데…” (서울 시민 50대 강모 씨)

최근 전국 곳곳에서 '벌 쏘임'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등검은말벌 등 아열대 지방에 서식하던 벌이 늘고, 폭염이 이어지면서 벌이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추석 연휴를 한달여 앞둔 가운데 소방당국은 벌 쏘임 사고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21일 소방에 따르면 소방청은 6~7월 두 달간 총 2583건의 벌 쏘임 환자를 이송한 것으로 집계했다. 하루 평균 42건의 벌 쏘임 환자를 이송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900건 대비 35.9% 증가한 수치다. 단순 벌집 제거 출동 건수도 늘고 있다. 올해 1~7월 벌집 제거 출동 건수는 11만2234건으로 지난해 동기간 7만8310건 대비 43.3% 증가했다.

올해 폭염이 지속되자 번식과 꿀 채취가 쉬워진 말벌의 활동도 왕성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벌 전문가인 최문보 경북대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해 등검은말벌 등 아열대 지방에 서식하던 벌이 늘어나고 있고, 더운 날이 많아지면서 벌이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게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말벌은 7~10월에 활동이 가장 왕성해 119구급대 벌집 제거 출동의 90%가량이 이 시기에 집중된다. 벌집은 이미 초봄에 여왕벌에 의해 형성되지만 크기가 작아 눈에 띄지 않다가 7월부터 커지면서 사람들의 눈에 많이 띄기 때문이다.

최근엔 도심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도심 속 '열섬현상'으로 주택가를 번식지로 삼아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집들이 생기고 있어서다. 도시 개선사업으로 공원과 같은 녹지공간의 비율이 늘어 말벌의 서식지도 늘어났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특히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등검은말벌들이 토종 말벌들을 피해 도심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벌에 쏘이게 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지난 19일 오후 1시 20분께 전남 해남군 해남읍의 한 폐교에서 풀을 베던 50대 A씨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벌쏘임 호소 이후 1시간여 뒤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같은 벌 쏘임으로 인한 심정지 환자 수는 이달 18일까지 8명에 달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벌 쏘임을 예방하기 위해 벌을 자극할 수 있는 향수, 화장품, 스프레이 등 강한 향이 나는 제품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추석을 앞두고 벌초 등 야외 활동이 예상되는 만큼 사전에 예방법을 준수하고, 벌에 쏘였을 경우 119에 신고해 관련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