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까지 고민, 결국 사장 됐어요"…23년차 배우의 변신 [본캐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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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캐부캐]
사람들의 본캐와 부캐를 동시에 만나는 시간
배우 반민정, 연기 스튜디오 오픈
"연기도 가르치고, 공간도 대여하고"
사람들의 본캐와 부캐를 동시에 만나는 시간
배우 반민정, 연기 스튜디오 오픈
"연기도 가르치고, 공간도 대여하고"
대한민국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세컨드 잡'을 꿈꾸는 시대입니다. 많은 이들이 '부캐(부캐릭터)'를 희망하며 자기 계발에 열중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꿉니다. 이럴 때 먼저 도전에 나선 이들의 경험담은 좋은 정보가 되곤 합니다. 본캐(본 캐릭터)와 부캐 두 마리 토끼를 잡았거나 본캐에서 벗어나 부캐로 변신에 성공한 이들의 잡다(JOB多)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2001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수취인불명'으로 데뷔했다. 데뷔작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23년째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던 배우 반민정이 자신의 이름을 딴 연기 스튜디오 대표로 변신했다. 반민정은 스튜디오에서 수강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공간을 대여하는 사장님, 또한 오디션을 앞둔 배우들의 컨설팅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다.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했던 반민정은 그동안 대학에 출강하며 꾸준히 '가르치는 일'을 해왔다. 스튜디오 오픈은 이전의 경험과 이력을 살려 그가 꿈꿔왔던 공간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에서 레슨도 하지만, 사람들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며 "페인트도 직접 칠하고, 조명도 인테리어를 해주시던 분들과 같이 달았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저 역시 이 공간을 통해 어려운 분들을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배우일을 그만둔 것이 아니다. 반민정은 "학원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은 이전부터 많이 받았지만, 그러지 않았다"면서 그가 새로 시작한 일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전했다. 연기를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른 작업이다. 그런데도 가르치는 일을 계속 병행해왔던 이유에 대해 반민정은 "연기자로서 좋은 학벌을 가졌지만, 사회에 나오니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한 거나 다름없었다"며 "회사도, 조언해주는 사람도 없이 부딪히면서 촬영하다 보니 '누가 조금만 알려줬다면 보다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먼 길을 돌아오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하게 돼 계속 강의하게 됐다"고 전했다.
반민정의 전공 분야는 미디어 연기다. 지금은 대부분의 연극영화과에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수업이 전공 과목으로 개설돼 있지만, 그가 강의를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드라마, 영화, 광고 등 미디어 연기보다는 연극 연기가 주를 이뤘다고, 배운 것들을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만들어 강의를 했고, 그런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었던 거 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연기자라는 게 선택받는 위치 아니냐"며 "연기를 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힘들어지는데 누군가의 개성을 찾아주고, 연기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게 슬기롭게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반민정은 활동하면서 "개명을 할까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험난한 일도 겪었다. 특히 몇 년 전 영화 촬영 중 벌어진 범죄와 이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가해자가 구속까지 됐던 사건은 그가 피해자임에도 각종 가짜 뉴스와 허위 사실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공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게 됐고, 스튜디오를 오픈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반민정은 "그때 누군가를 만나 얘기를 듣고, 회의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자리를 갖는데 카페나 이런 곳은 너무 오픈돼 있고, 편하게 얘기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에 가는 것 자체가 저에겐 고역이었다"며 "그래서 찾아보니 '공간대여'를 하는 곳들을 알게 됐고, 그 당시 어려웠던 일을 기억에, 나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순히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힐링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면서 "배우 중엔 힘들게 지하나 낙후된 환경에서 어렵게 연습하는 친구들도 있고, 요즘은 프로필이나 오디션을 영상으로 찍어 보내는 경우도 많아서 그런 부분들까지 고려했다"며 "단순히 연기 레슨만 할 생각이었다면 공간에 대해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여러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소품도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심사위원으로 심사할 때 배우들의 목소리가 울린다거나 조명 때문에 얼굴이 왜곡되어 단점이 부각되어 보이는 부분들이 아쉽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며 "그래서 조명도 배우들의 장점을 살리고 여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게 작업했고, 흡음 시공할 때 제가 직접 소리를 내며 테스트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한 쪽에 마련된 메이크업 공간에 대해서도 "신인 때 오디션이나 미팅을 하러 가면, 그 배역 설정에 맞춰 메이크업도 하지 않고 수수하게 입고 갔는데 '왜 이렇게 신경을 안 쓰고 오냐'는 피드백을 받았다"며 "그땐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몰랐다. 우리 수강생들에게는 기본적인 이미지 메이킹과 메이크업도 해드리기 위해 준비해 봤다"고 설명했다. 학교 밖으로 나와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학원'이나 '아카데미'라고 하지 않는 것에도 이유가 있었다. 반민정은 초등학생부터 시니어 모델까지 성별과 연령 상관없이 "연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열려 있다"면서 "이들의 개성을 함께 찾으며 자신만의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이어 "서울사이버대에서 강의를 하면서 '자신의 영상을 찍어 보내달라'고 했더니, 거의 80%가 시니어였다"며 "그걸 보면서 뭉클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졌고, 저희 아버지(배우 석진)도 계속 연기를 하고 계시는데 '함께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공간을 만든 게 하루 이틀 생각해서 한 게 아니에요. 몇 년 전부터 고민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어요. 시작하기 전엔 걱정도 많았는데, 빨리 입소문이 돈 거 같아요. 덕분에 오픈 한 달째인데 월세와 관리비 이상은 수입이 나오는 거 같아요.(웃음)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화분을 보내주셨는데 '이곳에서 행복한 배우가 되세'는 문구가 적혀있었는데 그게 너무 와 닿더라고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2001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수취인불명'으로 데뷔했다. 데뷔작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23년째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던 배우 반민정이 자신의 이름을 딴 연기 스튜디오 대표로 변신했다. 반민정은 스튜디오에서 수강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공간을 대여하는 사장님, 또한 오디션을 앞둔 배우들의 컨설팅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다.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했던 반민정은 그동안 대학에 출강하며 꾸준히 '가르치는 일'을 해왔다. 스튜디오 오픈은 이전의 경험과 이력을 살려 그가 꿈꿔왔던 공간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에서 레슨도 하지만, 사람들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며 "페인트도 직접 칠하고, 조명도 인테리어를 해주시던 분들과 같이 달았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저 역시 이 공간을 통해 어려운 분들을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배우일을 그만둔 것이 아니다. 반민정은 "학원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은 이전부터 많이 받았지만, 그러지 않았다"면서 그가 새로 시작한 일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전했다. 연기를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른 작업이다. 그런데도 가르치는 일을 계속 병행해왔던 이유에 대해 반민정은 "연기자로서 좋은 학벌을 가졌지만, 사회에 나오니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한 거나 다름없었다"며 "회사도, 조언해주는 사람도 없이 부딪히면서 촬영하다 보니 '누가 조금만 알려줬다면 보다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먼 길을 돌아오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하게 돼 계속 강의하게 됐다"고 전했다.
반민정의 전공 분야는 미디어 연기다. 지금은 대부분의 연극영화과에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수업이 전공 과목으로 개설돼 있지만, 그가 강의를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드라마, 영화, 광고 등 미디어 연기보다는 연극 연기가 주를 이뤘다고, 배운 것들을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만들어 강의를 했고, 그런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었던 거 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연기자라는 게 선택받는 위치 아니냐"며 "연기를 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힘들어지는데 누군가의 개성을 찾아주고, 연기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게 슬기롭게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반민정은 활동하면서 "개명을 할까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험난한 일도 겪었다. 특히 몇 년 전 영화 촬영 중 벌어진 범죄와 이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가해자가 구속까지 됐던 사건은 그가 피해자임에도 각종 가짜 뉴스와 허위 사실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공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게 됐고, 스튜디오를 오픈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반민정은 "그때 누군가를 만나 얘기를 듣고, 회의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자리를 갖는데 카페나 이런 곳은 너무 오픈돼 있고, 편하게 얘기하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에 가는 것 자체가 저에겐 고역이었다"며 "그래서 찾아보니 '공간대여'를 하는 곳들을 알게 됐고, 그 당시 어려웠던 일을 기억에, 나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순히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힐링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면서 "배우 중엔 힘들게 지하나 낙후된 환경에서 어렵게 연습하는 친구들도 있고, 요즘은 프로필이나 오디션을 영상으로 찍어 보내는 경우도 많아서 그런 부분들까지 고려했다"며 "단순히 연기 레슨만 할 생각이었다면 공간에 대해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여러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소품도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심사위원으로 심사할 때 배우들의 목소리가 울린다거나 조명 때문에 얼굴이 왜곡되어 단점이 부각되어 보이는 부분들이 아쉽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며 "그래서 조명도 배우들의 장점을 살리고 여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게 작업했고, 흡음 시공할 때 제가 직접 소리를 내며 테스트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한 쪽에 마련된 메이크업 공간에 대해서도 "신인 때 오디션이나 미팅을 하러 가면, 그 배역 설정에 맞춰 메이크업도 하지 않고 수수하게 입고 갔는데 '왜 이렇게 신경을 안 쓰고 오냐'는 피드백을 받았다"며 "그땐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를 몰랐다. 우리 수강생들에게는 기본적인 이미지 메이킹과 메이크업도 해드리기 위해 준비해 봤다"고 설명했다. 학교 밖으로 나와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학원'이나 '아카데미'라고 하지 않는 것에도 이유가 있었다. 반민정은 초등학생부터 시니어 모델까지 성별과 연령 상관없이 "연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열려 있다"면서 "이들의 개성을 함께 찾으며 자신만의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이어 "서울사이버대에서 강의를 하면서 '자신의 영상을 찍어 보내달라'고 했더니, 거의 80%가 시니어였다"며 "그걸 보면서 뭉클해지고, 마음이 따뜻해졌고, 저희 아버지(배우 석진)도 계속 연기를 하고 계시는데 '함께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공간을 만든 게 하루 이틀 생각해서 한 게 아니에요. 몇 년 전부터 고민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어요. 시작하기 전엔 걱정도 많았는데, 빨리 입소문이 돈 거 같아요. 덕분에 오픈 한 달째인데 월세와 관리비 이상은 수입이 나오는 거 같아요.(웃음)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화분을 보내주셨는데 '이곳에서 행복한 배우가 되세'는 문구가 적혀있었는데 그게 너무 와 닿더라고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