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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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식료품값 폭리 근절을 주요 경제 공약으로 내걸자 식품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근로자의 임금 상승과 공급망 문제로 원가를 감당해야 하는데 무조건 가격을 누를 경우 해당 비용을 식품 기업이 모두 감당해야 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식품 업계가 가격 폭리를 연방 정부 차원에서 금지하겠다는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에 반격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앞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6일 경합 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경제 공약을 발표하면서 “식료품 바가지 가격(price gouging)을 연방 차원에서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이 식료품 가격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을 규제하고, 이를 어기는 기업들을 수사해 처벌할 권한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 법무부 장관에 부여하겠다고도 했다.

미국 식품마케팅연구소(FMI)의 부사장 앤디 해리그는 “가격 충격이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왜 불만이 나오는지 이해하지만 자동으로 무언가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너무 단순화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리스 부통령을 비판했다.

감자칩 브랜드 프링글스로 유명한 스낵업체 켈라노바의 스티브 카힐레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이윤을 보존하면서 가격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기업은 수익 감소를 허용하면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켈라노바는 지난해 시리얼 제조업체 켈로그가 스낵 사업 부문을 분리하면서 새로 설립한 업체다.
특히 미국 식품업계는 미국인들이 경제와 관련한 불만이 쌓일 때 가장 쉽게 정치적인 샌드백이 된다고 토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공급망 문제와 각종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정에도 미국 국민들 사이에는 여전히 식품 기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둔화했다 해도 2019년에 비해 식품 가격은 이미 27%가량 오른 상태다. 11월 미국 대선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 국민들의 생활 물가인 것도 이때문이다.

WSJ은 “해리스가 (식료품에 대한) 가격 통제를 지지하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트럼프의 공격을 무디게 하려는 시도”라고 짚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악화 등을 초래했다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는데 이를 방어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공약이라는 뜻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15일에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식료품을 옆에 쌓아두고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정책을 맹폭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식료품 폭리 근절 공약을 두고 일부 중도·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 부통령의 계획은 이미 전임 민주당 대통령들보다 당의 경제 정책을 더 왼쪽으로 끌고 간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서도 훨씬 더 강도 높은 경제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