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간첩 혐의' 전직 시장, 이미 해외 도피
필리핀의 소도시 전직 시장이 '중국인 간첩' 혐의를 받는 가운데 이미 해외로 몰래 달아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필리핀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통신과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 등에 따르면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의 앨리스 궈(35·여) 전 시장이 지난달 18일 인도네시아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가 전날 밝혔다.

윈스턴 카시오 PAOCC 대변인은 궈 전 시장이 이어 지난달 21일께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간 후 지난 18일 여객선을 타고 싱가포르에 인접한 인도네시아 바탐섬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그가 필리핀에서 출국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필리핀 출입국관리국은 궈 전 시장이 이미 지난 달 필리핀에서 출입국 당국의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말레이시아로 불법 출국했다고 밝혔다.

그는 '출입국 주의' 대상자였지만, 출입국 관리 시스템에는 그의 출국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궈 전 시장은 10대 때 궈화핑이라는 중국인으로 필리핀에 입국한 뒤 필리핀인으로 '신분 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 5월부터 필리핀 상원의 조사를 받아왔다.

이밖에도 그는 필리핀에서 악명 높은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과 유착해 돈세탁, 불법 입국 알선 등 범죄에 연루된 혐의도 받는다.

궈 전 시장이 상원의 출석 요구에 계속 불응하자 당국은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심각한 위법 행위를 이유로 시장직에서 직위 해제했다.

그러나 그가 유유히 외국으로 달아난 것이 확인되자 격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그의 출국 경위를 조사해 책임자를 밝혀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궈 전 시장의 도피를 도운 장본인들을 자르고 "법적으로 최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외교부·법무부에 궈 전 시장과 가족들 여권을 취소하도록 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