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자산운용사가 증권사에 주식을 빌려줄 때 받는 대차수수료를 깎아주는 대가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요구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대차수수료를 인하하면 ETF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분배금(주식의 배당금에 해당)이 줄어드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2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ETF 시장점유율이 높은 곳을 대상으로 서면 및 대면 조사를 하고 있다. 운용사를 계열사로 둔 보험사와 은행에 대한 서면조사도 동시에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ETF 운용업계 전반의 영업 관행을 들여다보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가장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부분은 ETF 운용사들이 증권사에 대차수수료를 깎아주는 대신 자사 ETF 매입을 요구해 덩치를 불렸다는 의혹이다. 운용사는 ETF에 편입된 주식을 증권사에 빌려주는 대신 대차수수료를 받는다.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은 ETF에 귀속돼 투자자들에게 분배금으로 돌아간다. 만약 몸집 불리기를 위해 운용사가 대차수수료를 통상적인 수준보다 크게 깎아주는 대신 ETF 설정액을 늘렸다면, 투자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침해당했을 소지가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당초 금감원이 운용사들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계열사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져서다. 운용사가 ETF 순자산을 늘리기 위해 계열사 자금을 동원했다는 것으로, 정치권에서 처음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이 사안은 문제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TF의 특성상 상품 간 차별성이 크지 않아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타사 ETF가 계열사 ETF보다 성과나 비용 측면에서 우수한데도 계열사 ETF를 선택했고, 특히 고유자산이 아니라 고객자산을 해당 ETF에 투자했다면 고의적인 밀어주기라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ETF는 같은 지수를 추종하면 성과가 유사하고, 치열한 경쟁 때문에 ETF 운용보수도 다 같이 낮아져 있는 상황이라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