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존재하지만 닿지 않는 정책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정책은 절대 적지 않다. 개수로 보면 오히려 많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소상공인 지원 웹사이트 ‘소상공인 24’. 게시된 소상공인 지원 사업은 분류 기준만 스무 종이 넘는다. 종류도 다양하다. 시장 경영혁신, 특성화시장 육성, 온라인 판로 지원, 소상공인 지원,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백년가게 및 백년소상공인 등 커버하지 않는 분야가 없어 보인다.

지난달 발표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는 또 따로다. 시·도, 시·군·구가 별도로 운영하는 지원 정책까지 더하면 수백 개가 넘는다. 정책 개수만 보자면 소상공인의 성장과 혁신을 위한 정책 지원이 빈틈없이 이뤄지는 듯하다.

정책 수요자인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분명히 지원 정책은 많은데, 내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 또 지원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포기하기 일쑤다. 나는 이를 ‘존재하지만 닿지 않는 정책’이라고 일컫는다.

지난달 정부가 새로운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발표한 뒤 소상공인 사장님들의 의견을 들어봤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뭐가 많기는 한데, 정부가 신경 쓰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현장에 필요한 정책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지난 화요일 오후 2시에 중소기업 통합콜센터(1357)에 전화를 해봤다. 대기 인원이 17명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5분을 기다리니 ‘연결이 어렵다’는 메시지와 함께 그냥 통화가 끊겼다. 이처럼 정부에서는 크게 신경 쓰고 있음에도 수요자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이런 온도 차이는 왜 발생할까. 첫째로는 정책 홍보 채널 운영의 비효율성이 있을 것이다. 통상의 국정 홍보는 널리 쓰이는 광고 채널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국민 전체 대상 정책을 홍보하는 데는 적합하겠지만 특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백 개가 넘는 다양한 정책을 설명하는 데는 적절치 못하다. 둘째로는 정책이 너무 많은 것을 들 수 있다. 정책이 많다는 건 그만큼 예산이 잘게 사용된다는 뜻이다. 수요자의 요구와 다른 공급자 중심 예산이 많아질 수 있다.

정부의 예산 구조가 복잡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으리라. 정부가 사장님 개개인이 보지 못하는 다양한 면을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효율성을 생각하면 정책의 수립과 홍보, 상담과 접수 과정 전반에도 ‘고객 눈높이’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마침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증액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환영할 일이다. 이미 존재하는 좋은 정책이 사장님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사장님 관점에서 크고 작은 디테일 개선을 기대해본다.